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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 한 장 받은 적 없다

내맘노이 2023. 10. 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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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원 한 장 받은 적 없다

뇌물의혹을 받는 정치인들이나 공직자들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때 많이 쓰는 말입니다.

제가 진위를 알 수는 없지만, 문자 그대로 봤을 때에는 거짓말이기 힘든 말이기는 합니다.

우선 시중에 유통되는 십원짜리는 종이가 아닌 동전입니다. 십원짜리 한 장은 보기도 힘듭니다.

그리고, 설령 십원짜리 한 장을 구했다고 쳐도 그것을 뇌물로 줄 사람은 없을 겁니다.

체불된 임금을 지급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악덕 사업주가 주기 싫은 밀린 임금을 줄 때 십원짜리로 주었다는 기사가 아주 드물게 나오는 그런 십원입니다.

십원짜리를 뇌물이라고 주는 건 주는 자가 받는 자를 놀리는 거겠죠.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이 십원 한 장 운운하는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는 아주 작은 것도 받고 결백한 것처럼 대중들에게 보일 수 있습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져도 거짓말 한 게 아닙니다. 다른 건 몰라도 십원 한 장은 받은 적 없으니까요.

그리고, 위증이나 허위사실 공표도 아닙니다. 십원짜리는 한 장도 받지 않았지만, 다른 것도 안 받은 건 아니니까요.

사실이 밝혀져도 열성 지지자들이 그 사람이 결백하다고 믿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억울한 탄압이라는 이미지로 정치적 재개를 노려볼 수 있죠.

뇌물을 주거나 받은 걸로 의심되는 사람들이 사건의 핵심을 피해 십원 한 장 준  적 없다 또는 받은 적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면 오히려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Image from PixAI.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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