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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손 가는 대로/그냥 2022. 7. 28. 06:57728x90
소문
누군가를 뒤에서 욕하면서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은 나쁜 행동이죠.
이런 이야기도 예전에 했었던 것 같기는 한데... 문득 다시 떠올릴 일이 생겨서 글을 쓰게 됩니다.
[장면1]
투자기관의 운용역이었던 A는 어느날 금융상품 세일즈인 B로 부터 농담섞은 듯하지만 뼈가 들어있는 항의를 들었습니다.
B: 대리님은 왜 그렇게 저를 싫어해요?
A: 제가요? 전 그런 적 없는데요?
B: 에이, 다 들었는데요. 다음부터 맘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뒤에서 말하지 말고 탁 터놓고 말해요.
A: 예? 제가 왜 뒤에서 나쁜 소리를 하겠어요?
B는 실무자 보다 임원이나 경영진을 공략하는 스타일의 영업으로 성과는 좋았지만 싫어하는 사람 역시 많았던 세일즈맨이었습니다.
하지만, 실무자였던 A는 B를 좋아하지 않기는 했지만, 싫어할 일도 없었습니다. 만날 일 자체가 별로 없었죠. 주로 미팅은 B랑 같이 일하는 C와 이야기를 했고 보여주는 상품들도 좋은 상품들이 많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품을 경영진을 통해 Top-down 식으로 밀어붙였으면 싫어했겠지만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요.
A는 B와의 대화 이후 소문의 출처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을 낸 게 자신의 팀장인 D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D는 B가 직속 임원인 E를 주로 만나고, C는 A와 주로 만나다 보니 자기만 빼놓고 만난다고 여겨서 B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B와 E가 친하다 보니 직접 욕하는게 부담스러웠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업계 사람들을 만나서 B를 욕할 때 매번 자기 밑에 직원인 A가 말하던데라면서 마치 자기는 잘 모르지만 A가 B를 이런이런 이유로 안 좋게 말하더라고 소문을 냈던 겁니다.
물론 A가 업계 사람들을 만날 때 세일즈에 대해 아예 아무런 평가도 안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모든 세일즈를 좋게 평가한 것도 아니죠. 하지만, 자기가 그런 말 한 적 없는 사람이 왜 자신을 안 좋게 말하냐고 하면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임원과 매우 친하다고 알려진 사이라면.
[장면2]
A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투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운용사를 아무래도 더 많이, 더 자주 투자하다 보니, 회사 내에서 이 쪽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A가 특정 운용사의 세일즈 D와 개인적으로 친해서 그렇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죠.
A는 코로나19로 해외에서 해외 출장이 어렵던 어느날 세계적인 대형 운용사의 세일즈인 D와 식사를 했습니다. (불가능했던 건 아니지만, 한국에 올 때 2주 격리, 홍콩으로 돌아가며 3주 격리하던 때여서 홍콩에서 한국으로 출장오기가 쉽지 않던 때였습니다.)
A는 D에게 국내에 세일즈가 있는 운용사들보다 펀드 세일즈하기가 어렵겠다며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D: 절 안 좋아해도 투자 했잖아요. 사람이 아니라.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펀드가 좋으면 다들 알아서 연락을 주시죠.
A: 예?
A는 D와 아주 친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안 좋아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뒤에서 D가 운용사 이름 덕분에 쉽게 영업한다고 수군댈 때, D가 그만큼 열심히 한다고 이야기 해주기도 했죠.
시간이 지나서 A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누가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들었습니다.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에 있는 E라고 하는데, A와 E가 잘 모르는 입장에서 왜 그랬는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죠.
위의 두 경우는 다 그나마 B나 D가 A에게 반농담이든 진담이든 할 수 있었기 때문에 A도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 어려운 사이였다면 A는 아예 뒤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몰랐을 겁니다.
뒤에서 다른 사람을 욕하는 것도 나쁘지만... 그것을 제3자를 끌어들여서 전하는 것은 더 비겁한 행동입니다.
***
A를 잘 안다고 하는 E는 말하더군요. A가 앞에서는 친한 척 하면서 뒤에서 몰래 남을 욕한다고 하면 그 말을 안 믿는다고. 그건 A가 성격이 좋아서가 아니라, A는 자신이 안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티가 팍팍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긴 하지만...728x90'손 가는 대로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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