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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物各有疇(물각유주)와 일반화의 오류
    손 가는 대로/漢字成語 2009. 11.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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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物各有疇(물각유주)와 일반화의 오류

    대학생 때, 한 유치원 교사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겠다는 내 말에 그 교사는 말했다.
    예전에는 그랬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아니라면서
    유치원 교사를 6개월 이상하고 있는데 어린이들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하였다.
    교사를 하기 전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6개월 이상하면 누구든 아이가 싫어진다면서.
     
    뜻밖의 이야기.
    난 신기해서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때, 한편에 있던 성당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느냐고.
     
    그제서야 나는 그 선배도 유치원 교사였다는 걸 생각해 냈다.
    그래서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그 선배의 말로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이 아는 대부분의 유치원 교사들은
    어린이들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좋아하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냐고.
     
    여기서 일반화와 관련된 두가지 오류가 있었다.
     
    하나는 잘못된 일반화를 전달하였던 나였다.
    사실 여부와 관련없이 '신기하다'는 사실만으로
    잘못 일반화된 사실을 그대로 전했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내게 그 말을 하였던 유치원 교사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자기와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 보며
    일반화를 하는 오류를 범했던 것이다.
     
    물각유주라고
    비슷한 사람은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나 주위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쟤도 저렇게 생각하는데...
    하면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오너가 시장을 보거나, 기업의 신시장 담당자가 시장반응을 볼 때,
    정책책임자가 정책을 수립할 때에도 발생하게 된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판매하는 부유한 기업 오너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거나
    반대로 명품을 판매하는 곳의 담당자가 명품의 주 타겟인 부유층 보다
    자기 주위의 보통사람들 의견을 들을 때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한, 대중교통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정책책임자들이
    정작 자신들은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며, 그런 사람들끼리 모여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애널리스트나 경제학자들이 시장과 경제를 분석할 때에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분을 분석하려다가 쉽게 범하는 실수이기도 하다.
     
    이렇게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게 만드는 물각유주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전국시대 제나라 왕은 인재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이때 순오곤이라는 사람이 한 번에 7명이나 되는 사람을 천거하였다.
    왕은 순오곤이 과연 제대로 알아보고 천거한 것인지 의심이 갔을 것이다.
    왕은 순오곤에게 물었다.
    인재는 구하기 어려운 법인데 어떻게 한번에 7명이나 되는 인재를 찾아낼 수 있느냐고.
    그러자 순오곤은 답했다.
    물건은 각자 비슷한 무리가 있으며(物各有疇),
    자신이 인재이기에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인재들을 찾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고.
     
    여기에서  物各有疇(물각유주)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많이 알려진 것은 물각유주 보다는
    類類相從(유유상종)이나 草綠同色(초록동색) 아니면 物以類聚(물이유취)라는 말이다.
    모두 비슷한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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