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우화 중에 꾀 많은 나귀라는 우화가 있습니다. 짐을 나르던 나귀. 어느날 등에 소금을 가득지고 개울을 건너다가 그만 미끄러져 물에 빠지고 맙니다. 일어나 보니, 이럴 수가. 소금이 녹아서 짐이 가벼워졌습니다. 나귀는 올커니 이러면 되겠구나 생각했죠. 다음에는 솜을 지고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나타난 개울. 솜이 그렇게 무겁지는 않았지만 더 가볍게 하고 싶어서 일부러 물에 넘어집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려는데 이런... 솜이 물을 흠뻑 머금다 보니 이번에는 짐이 훨씬 무거워져 있었습니다. 꾀를 부리려다 힘은 힘대로 더 들고, 주인한테는 혼나기까지 했답니다.
꾀가 많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또다른 버전의 우화도 있습니다. 한 상인이 나귀 두 마리에 짐을 싣고 길을 떠났습니다. 길을 가던 중 다리가 저려온 나귀 하나. 다리를 쩔뚝거렸습니다. 그러자 상인은 짐을 덜어 다른 나귀에 얹었습니다. 조금 가다보니 다리는 나아졌지만 나귀는 계속 절룩 거렸습니다. 오히려 더 힘든 척 했죠. 조금씩 짐을 덜어내다가 어느새 다른 나귀가 모든 짐을 지게 됩니다. 그러다 짐을 혼자 진 나귀는 쓰러지게 되고, 이제는 꾀를 부리던 나귀가 모든 짐을 져야 했답니다.
짐이든 책임이든 회피하려고만 하면 언젠가는 더 큰 무게로 돌아오게 됩니다.
짐을 벗어버리거나 남에게 넘기고 싶은 순간들이 있겠지만 꽝꽝나무(Ilex crenata)의 꽃말처럼 참고 견디어 낼 수 있기를 빕니다.
Image: Ilex crenata
Date: 16 June 2011
Author: yamatsu
Source: Wikimedia Commons in the public domain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E3%82%A4%E3%83%8C%E3%83%84%E3%82%B2(%E7%8A%AC%E9%BB%84%E6%A5%8A)(Ilex_crenata)-%E8%8A%B1_(584447760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