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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가는 대로/그냥 2020. 11. 11.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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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과 정치

    주식회사는 제도적으로 소유와 경영을 분리시킨 형태의 회사입니다. 그리고, 상장을 통해 소유지분을 쉽게 매매할 수 있습니다. 주주라고 불리는 지분 보유자들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회사에 대해 지분금액만큼의 유한책임을 지게 됩니다.

    소유주가 직접 경영을 할 필요가 없이 전문경영인을 통해 전문적인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주식회사 제도의 취약점이기도 한데, 교과서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대리인 문제입니다. 전문경영인이 언제나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아무도 회사의 장기적인 앞날에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죠. 1~2년, 심지어 드물지만 일부 회사는 6개월의 짧은 임기로 계속 평가를 받는 전문경영인들은 장기적 관목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습니다. 과감한 투자나 인력채용 보다는 비용절감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회사의 주인이라는 주주들 역시 마찬가지죠. 아니 더 심합니다. 법적으로는 주인이지만, 다수의 주주들은 회사에 대한 애정보다는 회사가 가진 모멘텀으로 단기간에 큰 차익을 얻고 싶어합니다. 초단기 보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전에 모그룹 관련 총수가 5%도 안되는 지분을 보유하였으면서 그룹을 자기 것처럼 여긴다는 비난성 기사가 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기사를 보면서 재벌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5%도 안되는 지분을 갖고 있어도 이건 내 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10% 지분을 갖고 있지만, 내일 당장 주식을 팔 수도 있는 5명보다 회사를 더 생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부 재벌들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기는 하지만. 오너 회사들이 단기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고, 오너의 의지만 있으면 채용도 늘릴 수 있습니다.

    전문경영인이나 단순 투자목적의 주주들은 단기수익이 더 중요합니다. 그들도 성장을 위해 투자를 하지만, 그 투자는 기술에 대한 투자보다는 다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경영인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주주는 M&A 이슈로 주가가 오르니 양쪽 모두 좋습니다. 하지만, 필연적인 인력 구조조정과 혁신적이었던 피인수기업의 관료화 등 사회적으로는 부정적 영항이 더 크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투자보다 M&A 위주의 성장은 사모펀드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되죠. 먼저 인수해서 인력을 대거 정리하고, 인수하려던 기업에 비싸게 넘길 수 있으니까요.

    삼성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오너체제를 포기한다면, 사실 걱정이 많이 됩니다. 바로 해외 대기업과 사모펀드의 먹이감으로 전락하고, 우수인재와 기술의 해외유출이 가속화되고, 궁극적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질테니까요.

    제 이전 글들을 보면 양극화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한다는 것을 알 겁니다. 바람직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인간이든, 동물이든 적자생존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정부의 개입은 필요합니다.

    정경유착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대기업의 총수들을 무조건 범죄자 취급하고, 두들겨 패고, 지분이나 경영권을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발상입니다.

    특히 요즘같이 기술발전이 빠르고, 일자리가 사라질 때에는 기업이 장기투자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고, 대신 그 반대급부로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업 내에서 그런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월급쟁이 사장도, 단기투자자도 아닙니다.

    무식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욕도 많이 먹고, 이번 대선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그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미국 사람들이 무식해서가 아닙니다. 투자와 고용에 대한 기대를 유지시켜 주었기 때문이죠.

    기업인이기에, 재벌이기에 면죄부를 주어서는 물론 안됩니다. 하지만, 기업인이라는 이유로, 재벌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받아서도 안됩니다.

    그룹의 총수나 기업의 오너. 그 자체는 선도 악도 아닙니다. 유착하는 것도, 적대시하는 것도 아니라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하느냐. (정치인 개인의 이익이나 만족이 아니라) 그것이 정치가 할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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