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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아침 버스 안에서
    손 가는 대로/그냥 2011. 9. 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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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아침 버스 안. 옆 자리에 앉은 한 아저씨가 친구에게 하는 말이 귓가에 잘 들려왔습니다.

    그 날, 그 아저씨는 가게를 쉬는 날이어서 오랜만에 딸아이 학교를 바래다 주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손을 꼭잡고 길을 가는데 갑자기 딸아이가 바로 갈 수 있는 골목길로 가는 것을 거부하고 먼 길로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렸답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학교 가기 싫으니 괜한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해서 억지로 손을 잡고 끄는데, 딸아이가 자지러지듯이 울어댔다고 합니다.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

    달랜 후 딸아이가 가자는 길로 학교를 갔고, 이후 몇번 왜 그런지 물어보려 했지만 극심한 거부에 아무것도 알아내지는 못했다고 하는 그 분의 목소리는 어느새 젖어 있었습니다.

    등교길 그 골목에서 무언가 나쁜 일을 경험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오히려 캐묻는게 아이의 상처를 더하는 것 같아서 차마 더이상 묻지는 못하겠다는 말. 그리고, 그날 학교를 바래다 주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까지도 아이가 그런 상처를 입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겠냐는 말.

    모르는 사람. 그러나 잔잔한 그 분의 이야기가 마음 한 편에 아프게 남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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