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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손 가는 대로/VC,신기사 2022. 3. 18. 20:17728x90
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
Venture Capital without Venture
스타트업 기업가들 중에는 벤처캐피탈을 '모험하지 않는 모험자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는 비단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죠.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려면 우선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년도 훨씬 지난 일입니다만,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로 부르다가 RI(responsible investment)로 부르던 사회적 책임 투자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국내에도 일부를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ESG, ESG하면서 지구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아이템처럼 되었지만.
당시 해외에는 책임 투자를 내세운 펀드들이 잘 운용되고 있었는데, 국내는 펀드 모집부터 쉽지 않았죠. 이에 제가 만난 분 중 한 사람은 한국인의 국민성을 탓했습니다. (그 사람은 한국인이면서도 평소에도 한국인들을 비하하던 사람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분의 말로는 그것은 국민들의 성향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성공한 해외펀드의 경우 돈이 되는 것을 먼저 생각하고, 그 중에서 책임투자 이슈로 묶을 수 있는 것을 투자했고, 일반 펀드보다 높은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책임투자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면 일반기업에 투자하는 것보다 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당시 국내 몇 안되는 책임투자펀드들은 돈이 되냐 아니냐를 떠나 책임투자 범주에 들면 투자를 하였습니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 주로 뛰어들어 회사와 기약없는 싸움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수익률은 저조했습니다.
그런데, 펀드에 돈을 맡기는 사람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투자자들이지 독지가나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비록 그것이 책임투자여도 최소한 동일하거나, 아니면 좀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합니다. 책임투자도 좋지만 수익률이 중요하였던 거죠.
이야기가 샜는데, 벤처캐피탈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해서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한다고 하거나, 기술은 있지만 자본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육성하여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다고 거창하게 말을 할 수는 있지만, 우선은 돈을 벌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법적으로 인정받는 벤처캐피탈은 크게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에 의한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의한 신기술사업금융업자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의 최소 자본금은 20억, 신기술사업금융업자는 최소 자본금 100억입니다. 물론 일반 기업들보다는 최소 자본금 요구수준이 많이 높다고 볼 수 있지만, 벤처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하려면 투자조합을 모집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고유재산으로 투자를 하든, 투자조합을 결성하든 성공을 해야 합니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5년 후 생존 확률이 1/3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는 폐업을 안하고 있는 기업들의 숫자로 폐업만 안했지 사실상 기업활동을 못하고 있는 좀비기업들까지 포함한 숫자라고 하죠.
그리고, 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10개 투자해서 8~9개 정도가 실패하고, 1~2개에서 대박 나도 성공한 투자라고 말을 합니다. 그렇게 해서 평균 수익률을 10%중반대 이상 실현하는게 가장 기본적 모델이라고 하죠.
벤처캐피탈이 정상궤도에 오르려면 성공한 트랙레코드가 필요합니다. 금융업 중에는 가장 위험한 투자를 하는 것은 맞지만(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는 최소자본금이 적은 대신 법률상 금융회사는 아닙니다) 성공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많은 벤처캐피탈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원하는 만큼의 모험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되죠.
그러다 보니 벤처캐피탈 앞 단계에 투자하되, 금액은 더 적은 액셀러레이터라는 곳도 생겼죠. 2005년 설립된 Y Combinator가 사실상 최초의 액셀러레이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벤처투자법에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에 대한 요건도 정의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외국은 벤처캐피탈이든, 액셀러레이터든 자유롭게 하는데 우리는 다 법으로 규제한다는 불만도 있지만, 세제 혜택이 맞물려 있다보니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나마 블라인드 투자조합을 만들 경우 성공적인 투자안을 편입하게 되면 추가 투자는 좀더 위험을 질 수도 있겠지만, 블라인드 투자조합을 만드는 것은 아직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LP들은 아직은 프로젝트 건별 검토 후 투자하는 것을 선호하죠. 한 건 실패하면 투자조합 하나가 망가지고, 회사가 입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상황에서 벤처캐피탈 회사도 위험에 조심스럽게 접근하게 되죠. 그리고, 무엇보다 LP들을 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고, 조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LP의 운용역도 마찬가지죠. 작은 회사면 몰라도 큰 회사는 운용역이 좋아보인다고 투자할 수는 없습니다. 내부절차와 위원회 등을 거쳐야 하죠.
벤처캐피탈, 그리고 투자조합의 LP 모두가 스타트업 투자에에 대한 성공체험을 쌓기 전에는 모험자본인 벤처캐피탈이 정말 모험을 부담하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투자안이 어려울수록, 현재보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더 많이 반영될수록 성공체험이 쌓이기 전에는 투자가 쉽지 않은 구조입니다.
그러다 보니 스타트업들의 자금유치에도 양극화가 이루어집니다. 잘될 것 같은 곳은 투자하려는 자금이 넘치고, 자금유치가 어려운 곳은 벤처캐피탈리스트를 만나는 것조차도 힘든 현상이 진행됩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말한 액셀러레이터나 인큐베이터, 엔젤투자자, 정책자금 등이 있는 거겠죠. 그런 자금들도 한계는 있기는 하지만요.728x90'손 가는 대로 > VC,신기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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