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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물가손 가는 대로/금융자산운용 2022. 12. 13. 18:01728x90
금리와 물가
아마 현직의 채권 종사자들 중에는 아시는 분들이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오래 전 적정 금리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으로 여겨졌습니다.
명목금리 = 실질금리 + 물가상승률
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실질금리의 대용치로 경제성장률을 대입한 공식이었죠.
정확히는
3년 국고채 이자율 = Max(경제성장률, 0) + 물가상승률
이었습니다.
경제성장률은 (-)가 될 수 있지만, 실질금리는 (-)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사실 경제성장률이 실질금리의 대용치라는 위 공식의 근거는 부족했습니다. 당시 만났던 10년, 20년 경력의 해외 채권매니저들은 그런 말을 처음 듣는다며 흥미롭다는 말을 했죠.
한동안 위 공식과 균형을 이룬 것 같던 명목금리는 하락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기준이 되는 채권이 3년이 아니라 금리가 조금 더 높은 5년이라고 말을 합니다. 실제로 투자되는 기준 채권이 5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그러자, 그 다음에는 단기나 중기는 일시적으로 균형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5년 보다 금리가 높은 10년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성장률이 계속 낮아지기는 했지만, 금리 하락 속도가 보다 더 빨랐죠.
결국 명목금리는 물가상승률에 근접하게 됩니다. 이때에는 명목금리는 (-)가 될 수 없지만, 실질금리는 (-)가 될 수 있다는 말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내 일부 국가의 국채는 명목금리도 (-)가 됩니다. 이 부분은 순수하게 경제학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기는 합니다. 미래가치는 현재가치에 불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해진 것이기에 더 비싸야만 하기때문이죠.
하지만, 무엇이든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설명이 가능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하느냐와는 별개로.
우선 사람들이 금리가 더 하락할 거라는 기대감이 있으면 투기목적으로 (-) 금리에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일종의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의 설명입니다. 적정 금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고 가격에 대한 베팅만 즌재한다는 일부 채권 펀드매니저들의 생각이죠.
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규제를 원인으로 들기도 합니다. 안전자산 보유를 권장하고, 위험자산에 대한 위험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의 규제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런 규제는 추가적인 자본확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수 금리가 (-)여도 위험가중치가 0인 안전한 국채를 찾는 투자자가 생기게 만들고, 이는 또다른 버블을 만들었다는 주장이었죠.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물가상승률이 낮아서 제로금리를 정당화하거나 오히려 정책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고까지 이야기했죠.
사실 그 당시에도 낮은 물가상승률만 보지 말고 급격한 물가 상승을 대비해야 한다는 말은 계속 나왔습니다.
통화량 = 본원통화 * 통화승수
로 표시되고,
통화량(M) * 화폐유통속도(V) = 물가수준(P) * 실질GDP(Y)
로 표시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책 당국은 통화량을 증가시키려 했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경제에 그 효과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고 낮은 물가가 유지되었습니다.
하나는 정책당국이 본원통화를 증가시켰지만, GFC 이후 금융시장에 광범위하게 디레버리징이 이루어지면서 통화승수가 낮아져서 통화량 증가는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이죠.
또한, 저성장 시대에 커진 위험회피성향으로 인해 돈이 잘 안돌게 됩니다. 화폐유통속도가 떨어지게 되며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혹자는 초저금리를 통한 정책당국의 유동성 공급에도 낮은 물가가 유지되는 것을 기술 발달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라고 설명하며 뉴노멀의 또다른 특징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그런데, 앞의 공식으로 돌아가 보면
통화량 = 본원통화 * 통화승수
에서 본원통화의 조절이 경제에 반영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위험 감내 수준이 변하면 통화승수는 급격히 변동될 수 있습니다. 통화량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본원통화를 계속 증가시키다가 통화승수가 증가하게 되면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나타날 거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 대부분은 이를 믿지 않고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를 바라고 있었지만요.
또한,
MV = PY
에서, 통화량(M)이 늘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으로 안 돌던 돈이 돌기 시작하면 화폐유통속도(V)가 증가합니다. 글로벌 저성장 시대에서 실질성장률(Y)은 낮은 수준으로 머문다면 증가하는 것은 물가(P)입니다.
여기에 통화량 증가까지 반영된다면 물가상승은 필연적입니다.
시장에서는 긴축통화정책으로 전환하는 것을 끊임없이 반대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긴축통화정책을 도입해야 할 시기를 앞두고 코로나19가 발생합니다. 갑자기 글로벌하게 묻지마 유동성 공급이 재개되었죠.
그래도 경제가 경색되어 있었기에 유동성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심리적 충격이 잦아드는 순간 그 효과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이럴 줄 알았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닙니다. 지나 간 경제현성은 기존 이론이든 새로운 이론이든 어떻게든 설명이 된다는 것을 말하려던 겁니다.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미 지난 일에 대한 설명이 아닙니다.
그러한 이론들은 현재나 미래를 설명하는 데에는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설명을 해도 관심이 없다가 설명했다는 것을 사후에 알게 되기도 하죠.
경제를 포함한 사회과학에서 이론이 없으면 모래 위의 성처럼 취약합니다. 하지만, 이론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728x90'손 가는 대로 > 금융자산운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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