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절망의 입구에서
    손 가는 대로/그냥 2017. 1. 24. 23:24
    728x90
    절망의 입구에서

    한 소녀가 말했다.

    "신은 견딜 수 있을만큼의 시련을 준다는게 맞아? 그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은?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견딜 수 없는 시련을 준 '전지전능'하다는 신의 잘못 아냐?"

    나는 아무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그녀가 서있는 곳은 그녀가 말하는 사람들이 가버린 길의 초입이란 생각에. 그 문을 열면 돌이킬 수 없을 거란 직감에.

    "많이 힘들지?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신이 있는지, 있다면 전지전능하긴 한 건지, 전지전능하다면 인간을 사랑하기는 하는 건지."

    일단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정말 모르겠다는 생각.

    "그냥 너를 보면 지금껏 버텨온 것만으로도 대단해 보여. 에고 대견해라. 토닥토닥."

    "뭐야? 난 진지하다고."

    그걸 모르는 건 아니다.

    "내가 전부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너를 보면 지금까지 잘 버텨왔다는 생각이 들어. 나라면 그러지 못했을거야. 맞아.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는게 아닐 수도 있어. 그냥 어떻게든 이겨낸 사람들이 지나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

    잠시 숨을 돌린다.

    "신은 애벌레는 길다면 길고 짧다는 시간을 고치에서 보낸 후 나비가 되도록 만들었어. 하지만, 모든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건 아니야. 때론 애벌레 상태에서 누군가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때론 고치 안에서 말라 죽기도 하지. 혹자는 완벽하지 못하다며 신을 부정하고, 혹자는 신이 우리를 사랑해서 우리에게 준 자유의 댓가라고도 하지. 어느 쪽이든 변하는 건 없어. 좁고 답답한 고치 속 시간을 이겨내야 나비가 될 수 있어. 그리고 넌 그럴 수 있어. 아직 좀더 남긴했지만 이미 힘든 순간들을 잘 넘겨왔잖아."

    "쳇."

    소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단어를 내뱉었다. 무시? 갑자기 나를 돌아본다.

    "넌 왜 내게 그렇게 잘 해줘?"

    "어?"

    뜬금없는 말이 당황스럽다.

    "...잘 해 주기는. 그냥 있었던 뿐인데."

    그냥 우연히 만나 그저 그 자리에 서있었던 건데. 그 조차도 잘 해 준다고 생각한다니... 힘들었구나.

    ***

    하얀 눈송이가 꺼내놓은 이야기. 오래된 것 같지 않은데... 생각하보면 어느덧 30년 가까이 지난 이야기.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기도 하고...

    힘들어 하던 한 소녀도 이젠 아줌마가 되었겠구나 싶어집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힘들었던 만큼 작은 행복의 소중함을 알고 그 행복을 누리고 있기를 바랍니다.

    Image: English: The Girl at the Door by Ivar Arosenius (1878–1909)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The_Girl_at_the_Door._Interior_of_the_Artist%27s_home,_%C3%84lv%C3%A4ngen_(Ivar_Arosenius)_-_Nationalmuseum_-_19704.tif in the public domain in its country of origin and other countries and areas where the copyright term is the author's life plus 100 years or less.

    728x90

    '손 가는 대로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도  (0) 2017.02.02
    천국  (0) 2017.02.01
    제 11회 차세대 글로벌 지식 리더 포럼   (0) 2017.01.20
    4차 산업혁명   (0) 2017.01.09
    경험  (0) 2017.01.0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