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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국
    손 가는 대로/그냥 2017. 2. 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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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국

    "정말 천국이 있을까? 하긴 있으면 뭐해. 나같은 아이는..."

    그 아이는 쓸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이라고 하기에는 어느새 나이를 먹은 우리지만.

    "너가 어때서?"

    "천국에 아무나 갈 수 없고 극소수의 착한 사람만 갈 수 있다면 어차피 난 못갈테고. 나까지 갈 정도면 대부분이 갈텐데... 그럼 어차피 이곳과 다를게 없잖아. 똑같이 힘들고, 똑같이 아웅대고."

    나도 가본적이 없기에...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어떤 사람들까지 있는지, 어떤 곳인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이곳과는 다를거야."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똑같다면 천국이라는 게 있을 이유가 없잖아."

    "착한 사람만 간다면 난 못가겠네."

    "누가 가게 되는 지는 몰라. 왜냐하면 아직 정해진게 아니니까."

    "대체 뭔 소리야? 이제부터라도 하느님도 믿고, 착하게 살라고?"

    "글쎄... 나도 누구한테 어떻게 살라고 할 처지는 아니어서... 하지만 환경은 고려되지 않을까? 환경이 모든 걸 정당화 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환경은 내가 선택한게 아니니까. 왜 그런 말들이 있잖아.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라는 말이나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말이 조금만 길어져도 말이 자꾸 꼬인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아, 몰라. 몰라."

    우리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신이나 사후의 세계. 믿음의 영역이지 증명의 영역은 아니다.

    환경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정상참작이라는게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훌륭한 성과를 보인 사람들에게 더 큰 찬사를 보낸다. 또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고 지위가 높으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꼭 같지는 않겠지만... 천국이 있다면 비슷하지 않을까? 모든 것을 정당화하지는 못하더라도 환경이 고려될 거라는 믿음. 힘들어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길이라면 그 분은 이해주실거야.

    Image: Prunksaal: allegory of peace and heaven by Alberto Fernandez Fernandez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Allegory_of_peace_and_heaven_-_Prunksaal_-_Austrian_National_Library.jpg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Share Alike 3.0 Unported license. Attribution: Alberto Fernandez Fernande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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