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머맨3 (Lawnmower Man 3)
Virtual Reality
인간 존재에 대한 정체성과 과학기술은 영화의 좋은 소재여왔다. 그 중 두가지 흐름은 가상현실(Virtual Reality)과 복제 인간이다. 또다른 세상을 다루거나, 또다른 자아를 다루는.
그리고 이러한 두가지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건지 나비의 꿈 속에 내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던 장자의 사상①은 바로 가상현실과 이어진다. 이런 대표적인 영화가 매트릭스이다.
어느날 집에 돌아가니 또다른 자신이 있어 오히려 쫓겨나고 자기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한 양반의 이야기를 구술한 전례동화는 복제인간과 이어진다. 쥐가 그 사람의 손톱을 주워먹고 그렇게 되었다는 설정②은 DNA로 모든 것을 복제할 수 있다는 설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Lawnmower Man 시리즈
론머맨 시리즈는 이런 두 가지 소재 중 가상 현실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이다. 그러나 접근 방법은 앞서 언급한 장자의 사상이나 매트릭스와는 또 다르다. 어느게 현실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현실은 현실이고 가상현실은 가상일 뿐이다. 그러나 가상현실의 세상이 커지며 현실마저 위협하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 위협으로부터 현실세계를 지켜야 한다. 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이 가미된 가상현실의 세계가 과연 어디까지 현실을 위협할 수 있을까? 현실을 위협하는 것이 허무맹랑하기만 한 걸까?
그 답을 찾기는 쉽지않다. 기술세계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파워를 켜고 끌 수 있는 한, 유선이나 무선으로 원격제어가 가능한 한 그곳은 가상현실 세계로부터 완전한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어쩌면 인간을 창조한 신을 인간이 내쳤듯이 인간도 자신들이 창조한 가상현실 세계에 의해 쫓겨날 수도 있다. 가까운 미래는 아닐지라도.
Lawnmower Man 3
1편보다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다시 나타난 2편과는 달리, 3편은 보다 저급해 보인다. 그리고 론머맨 시리즈에서 말하던 가상현실에 대한 현실세계를 지키기 위한 의지나 경각심은 사라진다. 2편에서 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제목과의 연관성을 완전히 벗어버리고.③
대신 1편에서 처음 다루었지만 주는 아니었던 사이버 섹스가 주요한 소재로 부각된다. 그리고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가상 현실이라는 설정은 1편에서처럼 환상적이지만 애매모호한 모습이 아니라 실제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를 3류 에로물로 끌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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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장자는 이 생각을 했을 때 분명히 양지바른 따뜻한 곳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을 겁니다. 자다자다 지쳐 눈을 떴지만 따사롭기만한 햇살에 일어나고 싶지 않을 때 꾸었던 꿈은 사람을 그런 생각이 들도록 만들기 때문이죠. 그건 잠을 많이 자본 사람만이 압니다....^^;;
② 정확한 설정은 밤에 깎은 후 밖에 내다 버린 손발톱을 쥐가 주워먹으면 그 사람으로 둔갑하여 진짜 자신을 쫓아낸다는 것인데 이는 지금처럼 밝은 불빛이 없던 옛날 어두움 속에서 손발톱을 깎다가 다칠까봐 만든 이야기라고 하더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
③ 있었는지도 모르는 3편을 인터넷상에서 무료로 상영한다기에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시리즈물이란 생각에 보게 되었습니다. 역시 론머맨 3일까 의심할만 합니다. 만든 사람이 그렇대는데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요... 하긴 로보캅 시리즈도 그랬던 것 같군요. 그냥 지나칠 영화도 괜히 시리즈물이라면 원작보다 나은 속편없다고 하면서도 찾게되는 사람 심리 때문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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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제가 쓴 론머맨3 (Lawnmower Man 3) 중에 있던 글의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조잡하다 할 수 있는 론머맨3 (Lawnmower Man 3)는 아예 검색에도 안 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