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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손 가는 대로/그냥 2019. 9. 1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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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어느날 좋아하던 선배로부터 온 문자.

    "○○아, 나 ○○에 있다."

    "형, 왠일로 거기에 갔어요? 거기 좋아요?"

    잠시 답이 없던 선배의 답이 온다.

    "잠깐 죽을까 싶었는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나 좀 데리러 올 수 있어? 여긴 택시도 안 오네."

    선배와 함께 돌아오는 길.

    직장에서 사실상 짤린 후 자살을 생각하던 선배는 물위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아들이 보였다고 한다.

    "거기가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성지인데. 거기있다고 하면 큰일났구나 해서 찾으러 올 생각을 해야지. 눈치없는 녀석. 이런 날은 술이라도 한 잔 해야하는데... 넌 술도 못하지? 눈치도 없고, 술도 못하고 도움이 안 되네, 도움이 안 돼."

    사실 술을 하고 싶었으면 나를 부르지 않았을거라는 걸 안다. 그리고, 내가 술을 좋아했더라도 오늘은 그 선배가 술을 마시려는 것을 막았을 거다. 술은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상태에서 마시면 독이 되니까.

    그런데 문득 든 생각. 그곳을 말하면 과연 자살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까?

    어쨋든 그 선배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 날 이후 그 선배는 말했다. 죽음의 문터까지 갔다오면 삶의 소중함을 안다고.

    ***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시간이 꽤 흘렀네요.

    칼라(calla)는 순수(純粹, purity), 열정(熱情, passion), 시간(時間, time), 삶의 시작과 끝(beginning and end of life) 등 여러가지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순수함과 열정을 잃어가겠지만 삶의 시작과 끝을 지닌 칼라의 꽃말을 생각하며 젊은 시절 순수함과 열정을 떠올려 봅니다.

    Images: Callar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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