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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분들께…
    손 가는 대로/금융자산운용 2008. 5. 24.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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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분들께…
     
    현재 애널리스트로 계신 분도 계시겠지만….
    애널리스트를 꿈꾸는 분들께 도움이 되는 글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인 바램이라고나 할까...
     
    금리가 대세하락기에 있을 때였습니다.
    보험상품의 금리변동은 시장금리 변동에 비해 더딥니다.
    그러다 보니 보험회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마진의 위기에 몰렸습니다.
    이에 보험사들의 반응은..
    보험계약자들을 설득내지는 속여서 저금리 상품으로 갈아타게 하기,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여 역마진 방지하기,
    어떻게인가 되겠지 하며 나몰라라 있기…
    이렇게 나뉩니다.
     
    전자는 감독당국과 사법당국은 보험사에 면죄부를 준 걸로 알고 있지만
    고금리 상품을 저금리 상품으로 바꿔타도록 고객을 속인 것은 사기에 가깝고,
     
    두번째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는 것은 그만큼 리스크를 지게 됩니다.
     
    세번째는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었습니다만,
    참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많으면, 조금만 더 강력한 이벤트 리스크 발생시
    시장의 붕괴로 이어지게 됩니다.
     
    모보험사는 이 중 두번째 자산운용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해외투자를 늘렸고, 자연스레 BBB0~A-등급 CDO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다가 Subprime 사태를 맞게 됩니다.
     
    시장이 과열되기 전부터 투자를 했었기에
    자산은 건전한 편이었고, Subprime에 대한 exposure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은행/보험을 커버하던 모 애널리스트는
    그 보험사의 모든 CDO를 잠재적 부실자산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보고서가 나오자 당연히 그 보험사의 주가는 폭락을 합니다.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게 됩니다.
    IR(Investor Relationship) 담당자는 개인투자자의 항의 전화에 시달리고,
    감독원 RM(Relationship Manager)은 보험사 담당자를 호출합니다.
    해명하기 위한 자료를 만드느라
    회사의 담당자들은 밤새워 문서작업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기업에 우호적입니다.
    이런 경우는 주로 애널리스트가 주요하게 다루지 않는 기업들인 경우 발생합니다.
     
    은행과 보험을 같이 담당하는 경우,
    은행이 주관심사 입니다.
    상장이 기대되는 대형 보험사들도 관심대상이죠.
    그러나 현재 상장되어 있는 손해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떨어져 있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을 내서 회사와 사이가 나빠지는 건 상대적으로 걱정이 덜 됩니다.
    그러다 보니 한 건 발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처럼 오버해서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합니다.
     
    그 결과 민폐를 끼치게 됩니다.
    대통령이든 애널리스트든 모르면서 용감하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줍니다.
    특히 자신의 위치가 어떠냐에 따라 그 피해 정도는 엄청나게 클 수도 있습니다.
    용감한 걸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용감하려면 먼저 알아야 할 건 알아 두시기를…
     
    예전에 만났던 한 제약업종 애널리스트가 있었습니다.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증권사에 입사해서
    제약에 대해 아는게 없었습니다.
    기업을 방문해 설명을 들어도 용어조차 생소했습니다.
    그 사람은 야간대학원 화학과를 입학하였습니다.
    약대는 야간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며…
    그는 높은 학점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업체에서 듣게 되는 용어에 익숙해지는게 목표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그 자세가 참 보기 좋더군요.
    모두들 열심히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신용카드사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기업을 삐딱하게 보고,
    주식애널리스트들은 우호적으로 봅니다.
    농담삼아 사람들은 크레딧애널리스트를 오래하면 성격 다 버린다고 합니다.
    뭐든 틀어보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게 직업병이라며…
     
    그러나 신용카드사 관련해서는 입장이 반대였습니다.
    이유는 역시 영업논리였습니다.
    채권시장에서 카드채 및 카드매출채권 ABS는 아주 큰 시장이었습니다.
    지켜야할 시장이었죠.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은행에 관심이었지,
    외환카드와 LG카드 딸랑 두 개 밖에 상장되어 있지 않은 카드사들은
    그냥 귀찮게 딸려있는 존재라고나 할까.
     
    카드사의 위기는 채권시장에서 먼저 감지되었습니다.
    그 전에 감독당국과 은행장들의 회동도 있었고,
    외국계 IB에서 신용카드사들의 Credit Line을 줄이거나 축소하고는 있었지만…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카드사들을 찾아가
    자신들이 느끼는 점을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엔 카드사에서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을 문전박대했습니다.
    상장사들은 주식 애널리스트들만 챙기고,
    비상장사들은 IR 자체에 대한 관심도 skill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 카드채들이 외면당하기 시작하며,
    카드사들의 태도는 조금씩 바뀌기 시작합니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은 카드사들을 찾아가
    시장이 느끼는 불안과 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속도는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었습니다.
     
    이 즈음 제가 금융업종 주식 애널리스트를 만났습니다.
    주식운용자를 만나러 왔지만,
    당시 채권을 운용하고 있던 저도 따라 참석하였습니다.
    그리고 카드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답은 간단하더군요. 자기는 카드사에는 관심없다~.
     
    그리고 얼마 지나
    그 애널리스트는 카드사는 위험하다는 강력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위험하는 경고로 주목을 받으며
    그 애널리스트의 논조는 위험하다에서 더 나가 망할지도 모른다도 아닌
    망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그 즈음해서 그 애널리스트의 학교선배인
    다른 애널리스트를 사적인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만난 선배 애널리스트는 지금은 안 좋지만
    몇 개의 고비만 넘기면 좋아질 거라는 상반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자연스레 카드사는 망해야 한다고 하는 애널리스트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말하더군요.
     
    그는 훌륭한 후배라고. 열심히 노력하고, 자신도 상당부분 동의한다고.
    다만 한가지 아쉬운 건 기업에 대한 애정이 없다고.
     
    일부 크레딧 애널리스트들과 카드사의 노력은 무용지물이 되고,
    시장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습니다.
    결국 외환카드는 합병되고, LG카드는 채권자 손에 넘어갔습니다.
     
    위기를 경고한 주식 애널리스트가 잘못되었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어떻게든 정상화로 되돌리려고 했던 일부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노력이
    오히려 자신들의 밥줄을 지키기 위해 시장을 유지하려던
    부질없는 노력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태 전과 후에 변하지 않은 건
    카드산업은 여전히 돈이 되는 산업이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잘못된 경영의사 결정으로 벌여진 일들만 수습할 수 있었다면..
    망하지 않고도 넘어갈 수 있었을 거라 겁니다.
     
    카드사태는 금융위기 외에 몇 명의 스타와 수많은 실직자를 낳았습니다.
     
    누가 옳았는지,
    그때 그 애널리스트가 그렇게 까지 강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애널리스트가 더 강력히 말했을 수도,
    아니면 애널리스트들이 다 같이 욕먹으며,
    운용자들이 알아서 거래를 중단했을 수도 있고요.
     
    그렇지만 바로 잡을 수 있을 때는 관심없다고 하다가,
    겨우겨우 희망을 찾고 살려고 하는 순간 망해야 한다는 논조를 펴는 건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몸값을 올리는데는 보다 효과적이었겠지만..
    보기 좋지는 않더군요.
     
    기업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자신이 커버하는 주요 기업의 분석시에는 무조건 우호적인 의견을 주고,
    관심밖의 기업에는 가차없습니다.
    아주 논리정연하게 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기업을 애정으로 들여다 보면
    잘못되는 건 경고해서 바로잡아 주려하고,
    잘못되어 갈 때는 같이 대안을 생각해 갑니다.
    호황때 경고할 수 있고, 어려울 때 희망을 찾아 줍니다.
     
    옳은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단기적으로 몸값 올리는데는
    애정이 아닌 충격적인 보고서가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
     
    국민에한 애정이 없는 대통령에 비하면
    뭐 민폐를 끼친다고 할 수도 없을테고…
     
    그렇지만 그래도 앞서 말한 지식 외에
    애정까지 지닌 애널리스트가 많아졌으면 바랍니다.
     
    자신의 기업에 대해 좋은 이야기 나쁜 이야기 다 하지만
    그래도 애널리스트가 기업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믿을 때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업은 숨기지 않고 솔직히 어려운 점을 이야기 하고
    같이 성장해 나갈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되니까요.
     
    첫번째 예의 애널리스트도 모르는 것도 문제였지만,
    기업에 대한 애정이 없으니,
    이거 터뜨리면 되겠다라는게 눈에 띄자
    일단 저지르고 본거 아닐까 생각됩니다.
     
    잘되면 대박이고, 못되면 기업에서 정보를 안줬다라고 하면 되니까..
    별다른 리스크 없는 베팅이라고나 할까…
     
    지식과 애정… 둘다 잃지 않으시기를 빕니다.
     
    *************
     
    Q1. CDO를 이야기했던 글 첫부분에서 언급한 episode 제목을 보며 생각나는 영화는?
     
    조악한 예이기는 하지만,
    애널리스트 들이 좋아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분석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영화든 고사성어든 무엇이든 간에 엮어서 제목을 만들고
    내용을 이어가는….
     
    Q2. 법률리스크 관련 글에서 왜 갑자기 대한제국 이야기를?
     
    Q3. 이번 글에서 언급한 대통령은 누굴까요?
     
    혹시 읽으시며 떠오른 생각이 있었나요?
    그게 예전에 말한 애널리스트의 마지막 자존심의 예입니다.
    저는 비록 애널리스트도 아니고,
    마지막 자존심과도 상관없지만…
    그냥 예를 들기 위해 슬쩍 넣어봤습니다.
     
    두 Quiz에 대한 정답은?
    없습니다. 그냥 읽으시며 생각난 게 있다면 그게 정답이고,
    없다면… 그저 답도 없는 엄한 Quiz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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