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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서와 방치
    손 가는 대로/그냥 2021. 8. 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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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서 vs 방치

    용서 (容恕): 지은 죄나 잘못한 일에 대하여 꾸짖거나 벌하지 아니하고 덮어 줌.

    방치 (放置): 내버려 둠.

    단어의 사전적 정의로 용서외 방치를 구분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오히려 둘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면 비슷하지도 않은데 누가 헷갈려 하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구분을 하지 못합니다.

    용서란,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때,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하는 것입니다.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용서를 할 수 없습니다. 피해자가 용서를 하지 않았는데 제 3자가 용서를 할 수도 없습니다. 그것은 그냥 내버려두는 방치일 뿐입니다.

    OCN의 TV 시리즈인 보이스 2 중 3화에서 자신의 신심이 돈독해서 하나님이 자기를 용서한 것 같다는 염기태를 향해 도강우 형사는 말하죠.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용서하지 못하고 있는데, 누가 널 용서할 수 있냐고.

    용서는 신이나 법원, 가해자 본인이나 가해자의 주위 사람이 하는 게 아닙니다.

    용서는 사회가 안정되기 위해 필요하지만, 동시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잘못이 클수록 잘못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어렵고, 피해를 입은 사람이 용서를 하는 것도 어렵죠.

    방치는 쉽습니다. 잘못한 사람은 변명만 하고 있는데, 모르는 척하거나, 직접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권한도 없으면서 면죄부를 주기도 하죠.

    피해자가 있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보다 가해자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거나, 검증할 수 없는 젠더감수성을 언급하며 덮으려는 것은 방치입니다.

    그렇다고 그것만 방치는 아니죠. 힘이 있으니까, 일을 잘 하니까, 인기가 있으니까, 나와 친하니까,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래서 제 3자가 용서한다? 그런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것 역시 방치입니다.

    용서와 달리 그런 식의 방치는 잘못을 더 큰 범죄로 키웁니다.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만들고, 성희롱자를 반복적 성폭행자로 만들게 됩니다. 용서가 사회안정성을 위해 필요하다면, 방치는 오히려 사회를 더욱 위협에 빠지게 합니다. 난 힘이 있으니까, 인기가 있으니까, 누구와 친하니까 이 정도는 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회 속에서는 가해자들이 처벌을 받아도 그들은 잘못을 뉘우치기 보다 자기가 힘이 없어서 그렇게 된거라고 사회에 대한 불만만 키우게 됩니다.

    그런 모습은 정치인 같은 공인들의 범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단골 멘트는 '난 잘못 없는데, 잘못했다면 미안하다'입니다.

    법적인 문제때문에, 변호사가 시키니까 그런 것일 수는 있지만, 잘못한 게 없다고 시작하는 말은 사과도 아니고, 그 누구도 용서를 할 수 없게 만드는 말입니다. 그 말을 듣고,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용서가 아닌 방치를 하는 것 뿐이죠.

    그리고, 때로는 피해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아 놓고는, 유권자들에게 작은 잘못이니 용서해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의 크고 작음을 판단하는 것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여야 하고, 용서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가 아닌 피해자여야 합니다.

    유권자는 선거 때 한 표를 행사할 권리만 들고 있지, 자신이 지지한다고 그 사람을 용서할 권리까지 들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Thanks to Artiom Vallat @virussinside for making this photo available freely on Unsplash 🎁 https://unsplash.com/photos/nTEAC2fTuXE


    Thanks to engin akyurt @enginakyurt for making this photo available freely on Unsplash 🎁 https://unsplash.com/photos/cLSdiW1Vf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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