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미다스 왕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드는 미다스의 손으로 유명한 미다스 왕. 그 뒤의 이야기입니다. 황금을 좋아하다가 고초를 겪었던 미다스 왕은 이후 부귀영화를 멀리하고 자연을 가까이 합니다. 자연스레 그는 목신(牧神)인 판(Pan)과도 가까이 지내게 되죠.
판은 갈대를 밀랍으로 이어 붙여 만든 피리인 시링크스(Syrinx)를 부는 것을 즐겼는데, 그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자신의 연주실력에 도취된 판은 음악의 신 아폴론(Apollon, Apollo)과 겨루고 싶어졌습니다.
판의 도전에 트몰로스(Tmolos) 산에서 아폴론과 판의 연주대결이 벌어졌습니다. 심판관은 산신이 된 트몰로스가 맡았죠.
아테나 여신과 무사이 여신들의 응원 속에 대결은 시작되었습니다.
판의 피리소리는 더없이 자연스럽고 고혹적이었지만 아폴론의 우아하고 섬세한 리라 연주에 견주기는 힘들었습니다.
둘의 연주가 끝나자 트몰로스는 아폴론의 승리를 선언했습니다. 다른 관객들도 모두 산신의 판결에 동의하는 분위기였죠.
하지만 미다스 왕은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판의 피리 소리가 훨씬 더 훌륭했다는 것이죠.
순간 아폴론의 눈가에 노기가 서렸습니다. 아폴론은 미다스 왕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죠.
“네 귀가 좀 더 똑똑히 잘 듣게 해주겠다.”
미다스 왕의 귀는 순식간에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축 늘어진 귓불이 꼼지락꼼지락 움직였지요. 그러더니 굵은 털이 숭숭 돋아나면서 당나귀 귀가 되고 말았답니다.
미다스 왕은 창피해서 보라색 모자로 귀를 가리고 다녔어요. 머리를 깎아 주던 이발사만 유일하게 그 비밀을 알았죠. 이발사는 비밀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말하고 싶은 맘에 입이 근질거렸답니다.
그래서 이발사는 남몰래 들판에 구덩이를 파고 외쳤죠.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다.”
그 자리에서 갈대가 자라났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갈대밭에서 ‘ 미다스 왕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신라 경문왕에 관해서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전하는데, 그리스 신화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 설화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Image: Phragmites australis (Common reed)
Date: 16 February 2008
Author: Yoavd
Source: Wikimedia Commons in the public domain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Phragmites_australis_kane.JPG
Image: The contest between Apollo and Pan
Date: circa 1620
Artist: Hendrick de Clerck (1560/1570–1630)
Source: Wikimedia Commons in the public domain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Clerck,_Hendrick_de_-_Midas_-_c._1620.jpg
Image: The Judgement of Midas
Artist: Jacob Jordaens (1593–1678)
Source: Wikimedia Commons in the public domain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Jacob_Jordaens_-_Het_oordeel_van_Midas.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