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 2019)과 지루한 일상
승리와 버닝썬, 정준영과 단톡방, 그 외에도 끊이지 않는 연예인들과 재벌 2세, 3세들의 마약 사건들.
혹자는 이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며 생기는 부자들의 무료함이 가져오는 극단적 선택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은 말했죠. 자신의 삶도 똑같고 지겹지만,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런 선택을 못하지만, 시간과 돈이 넘치는 재벌가 자녀들과 연예인들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영화 이스케이프 룸 속의 게임은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갖고 있는게 많고 무료함도 커지면 사람들은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게 되고, 법의 망도 뛰어넘으려고 하죠. 그리고 도달하게 되는 것이 마약이나 성, 아니면 생명이죠. 앞서 국내 사건들은 마약이나 성폭력과 연관된 사건들이고, 영화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놓고 벌이는 게임인 것입니다.
이스케이프 룸이 가진 자들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비밀스럽게 누군가의 생명을 취하는 게임이라면, 영화 헝거게임은 가진 자들의 무료함과 없는 자들의 불만을 돌려서 지배를 강화하려는 두가지 목적으로 다른 생명을 취하는 게임이 만들어진 셈이죠. 마치 로마시대 검투사처럼.
야금야금 확장해온 물질만능 시대는 돈이 종교와 신의 위상을 대체하는 듯 보이고, 성큼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는 기술이 종교와 신의 위상을 대체하는 듯 보이지만 그럴 수 있을까요?
물질적으로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나 가진 자는 가진 자 대로, 없는 자들은 없는 자 대로 정신적 공허함이 커져갈 겁니다.
의학의 발달과 생명의 연장. 가진 자들에게는 축복이, 없는 자들에게는 저주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정신적 공허함으로 인해 있는 자들이라고 마냥 축복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공허함을 쾌락으로 채우려는 움직임은 쾌락에 대한 더 극단적 추구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종교와 윤리와 같은 정신적인 쉼터가 없다면, 인류몰락은 시작되고 이스케이프 룸이나 헝거게임과 같은 살인게임을 넘어 모탈엔진이나 매드맥스 시리즈에서 그리는 디스토피아(dystopia)가 멀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사이에 극성을 일으키는 것은 종교의 탈을 쓰고 윤리가 아닌 물질추구와 결합한 이단이나 사이비 종교일테고요.
사람마다 신이나 사후의 세계를 믿기도 하고 안 믿기도 하지만, 개개인의 선택을 떠나 극단적이지 않은 종교는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너무 나간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