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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공평과 공정손 가는 대로/그냥 2022. 4. 28. 21:57728x90
선택적 공평
어느 부부, A와 B가 있습니다. A만 직장 생활을 하는 외벌이 부부입니다.
B는 맛있는 것을 좋아하고, 요리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정리하는 것은 싫어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집안 일은 B는 음식을 만들고, A는 설거지와 청소를 하는 식으로 나눠서 하게 되었습니다. A는 퇴근하면 저녁 설거지는 물론 B가 아침, 점심 먹고 쌓아놓은 그릇들까지 설거지한 후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B가 쌓아놓은 옷들을 개킵니다.
그러던 어느 날 B는 음식 만드는 게 싫증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A에게 말했죠. 자기만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불공평하니, 앞으로는 '공평하게' 음식을 번갈아 가면서 준비하자고.
다른 집안 일은 (불공평한 걸 크게 느낄 수 없으니) 그냥 하던 사람이 하고.
이때, B의 제안은 정말 공평하고 공정한 걸까요?
음식 만드는 일만 떼어놓고 보면 똑같이 나눠서 하자는 말이니 공평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공평성을 따지고 들려면, 다른 일들도 같이 생각해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음식은 50 대 50으로 똑같이 나눴는데, A가 음식을 하든, B가 음식을 하든 설거지는 A가 히고, 청소도 A만 하면 공평하다고 볼 수 없을 겁니다.
쉽게 설명하려고 집안 일을 예로 들었습니다만, 정치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죠.
사회 현상이 훨씬 복잡하기는 하지만,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특정 부분만 보는 경우 그 공평은 공평도, 공정도 아닙니다.
하나의 단편적 모습에서만 공평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이 부분에서라도 공평을 이루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조금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것처럼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고려하지 못하면 때로는 오히려 불공평과 불공정을 심화시키면서 구성원 간 갈등만 키우기도 합니다.
선택적 공평을 주장하는 사람은 각종 미사어구로 그럴 듯하게 포장하겠지만, 선택적 공평은 공평도, 공정도 아닌 불공평과 불공정입니다.728x90'손 가는 대로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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