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융위기의 발생원인
1 시장원인
금융위기의 발생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미국의 서브프라임(Sub prime) 사태이며, 복잡하게 구조화된 상품을 만들어낸 금융공학과 금융기법에 대한 비난도 뒷따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금융위기 발생의 근본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진행 중에 나타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왜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하고,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각광 받기 시작했을까? 물론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서이다. 위험에 대한 고려를 덜하고, 복잡하고 위험한 투자안을 찾아나서게 된 것은 저금리를 통해 인위적으로 이끌어 온 정책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1.1 서브프라임과 금융기법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브프라임 사태를 단기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①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경쟁심화에 따른 은행의 대출공급과 ②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가계와 주택건설회사의 대출수요가 결합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험하는 요소로 변하였다. 이는 간접금융시장에서 서브프라임이 위험요소로 등장한 이유이다.
한편 직접금융시장에서는 ①유동성 증가와 경쟁심화로 투자자들은 새로운 고수익 투자 대상을 찾아 다녔고, ②부동산담보대출을 하는 기업들은 기존 대출을 유동화하여 그 자금으로 새로운 대출을 일으키고 싶어했다. 이로인해 서브프라임과 다른 부동산담보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MBS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신용평가사들의 높은 신용등급 부여와 이에 따른 채권보증사 및 투자자들의 방심은 시장의 위험을 키웠으며, CDS의 결합으로 위험을 더욱 증가시켰다.
1.2 저금리에 기댄 경기 부양
또 다른 시각은 유동성에 기댄 인위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든다. 新경제라며 키워왔던 IT버블이 결국은 꺼졌다. 이로 인한 충격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는 공격적으로 금리를 낮추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이자율 하락은 직접적으로 채권 가격을 상승시켰으며, 주식 가격도 올렸다. 그러나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이 나오며, 넘치는 유동성은 금융상품 만으로 만족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투자안에 목말라 하는 시장의 욕구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투자지역의 확대이다. 미국과 서유럽 등 선진국에 집중 되었던 자금이 이머징마켓 등으로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또 하나는 투자대상의 다양화였다. 대안투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각종 새로운 투자대상들이 나왔다. 부동산, 원유, 원자재 등 뿐만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은 투자대상이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지역이나 새로운 투자안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복잡한 투자안도 나오게 되었다.
그러던 중 유동성에 기댄 경기가 더 이상 호황 국면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솟기 시작했다. 경기가 심상치 않으니 금리인상을 하면 안 된다는 의견과 더 늦기 전에 금리를 올려서 경기하락시 금리인하를 할 여유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었다. 결국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금리는 올려야 했고, 이것이 바로 금융위기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1.3 금융시장의 과도한 경쟁
금융시장의 과도한 경쟁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게 하고, 그 뒤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고위험을 동반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한다. 부채가 있으면 부채 부담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높은 수익을 올려야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금융회사의 특성상 먼저 보수적으로 정책을 전환하기 쉽지 않다.
2 비시장 요인
2.1 단기실적 중심의 금융기관
단기실적에 따라 거액의 보너스를 주는 금융기관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다. 일반적으로 수익은 기간인식을 하며, 위험은 발생시 인식을 하게 된다. 또한, 단기에 고수익이 나면 거액의 보너스를 받지만, 몇 년 후에 투자가 실패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지급받은 성과급을 반납하지는 않는다. 추가적인 성과급만 못 받을 뿐이다. 오히려, 1~2년 좋았던 성과를 근거로 더 좋은 조건에 他금융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다. 이는 1~2년 사이에 고수익을 내는 고위험 투자안을 선호하는 유인이 된다.
2.2 규제 실패
최근에 나오는 분석 중 하나는 미국감독당국의 규제 실패이다. 투자은행 등의 로비에 밀려 지나치게 완화한 규제로 인해 적절한 통제가 불가능해 위험을 키웠다는 시각이다. 그러나 S&L 사태 때와 같이 규제완화 이전에 존재하던 규제가 금융기관의 자체 위험관리기능을 약화시켜서 규제철폐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였다는 ‘진정한 요인은 과도한 규제’라는 반대되는 시각도 존재한다.
2 파급경로
저금리의 지속으로 금리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금리를 본격적으로 인상하기 전까지 금리인상에 대해 그 충격이 크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었다. 금리를 올려도 여전히 과거에 비해서 낮은 수준이었고, 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자원보유 이머징국가들의 재무건전성이 향상되었고, 중국 등 원자재에 대한 수요는 지속되기에 투기자금이 빠져나가도 큰 충격을 주지 않으리라는 것이 그 근거였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는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으나, 너무 오랫동안 지속되었기에 사람들은 쌍둥이 적자의 문제에 무뎌지기 시작했다.미국은 안전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다른 나라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던 중 문제는 정작 미국내 서브프라임 쪽에서 발생하게 된다.
주택가격 상승에 편승하여 높은 위험을 지는 주택담보대출을 경쟁적으로 취급하고 있던 2005년 초 이미주택가격 하락시 가계와 금융기관의 연쇄부실이 우려되고 있었다. 미국감독당국은 2005년 하반기부터 금융기관에 주의를 촉구하였으나,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귀기울이지 않았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부동산 등 담보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안이 확산된 것은 2006년말이었다. 서브프라임 대출의 연체율이 13%로 상승하면서 불안이 확산되었다. 시장에 충격을 주게 되는 것은 2007년 4월 민간 주택담보대출회사로는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New Century Financial이 파산신청을 하면서부터이다. 이때에는 서브프라임 문제에 국한되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였다. 그러나 6월 미국 5위 투자은행 Bear Stearns 운영 2개 헤지펀드 사실상 파산하고, 8월에는 영국의 HSBC, 독일의 Comerzbank 등 주요 금융기관들이 거액의 투자손실을 발표하면서 다시 금융시장은 불안에 휩싸였다. 2007년 9월 부터는 미국의 주택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와 금융회사에 유동성 공급으로 대응하였다.
FRB의 대응에 안정을 찾는가 싶었던 시장은 2008년 3월 Bear Sterns의 유동성 위기 발생으로 다시 불안이 확산되었다. FRB는 신속히 시장에 개입하고, 대형 금융회사의 외자도입 등으로 금융시장은 다시 안정되어 갔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을 받는 Fennie Mae와 Freddie Mac의 유동성 위기 발생과 이로인한 국유화는 금융시장의 불안을 다시 확산시켰다. 2008년 9월 Lehman Brothers의 파산은 주택담보대출회사나 펀드의 파산과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형 투자은행이 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금융시장의 불안을 극대화 시켰다.
2008년 10월 7천억 달러의 구제법안이 통과되고, 미국의 감독당국은 3조여 달러의 달하는 유동성을 긴급 투입하였으나, 부실은 유럽금융회사 등 전세계로 확산되었고,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리라는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3 진행현황
1 유동성 공급
2008년 FRB는 금융위기에 대해 신속히 대응을 하였으나, 이는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미국내 금융시장(약 2조 달러)과 외국 중앙은행(약 8,500억 달러)에 엄청난 양의 유동성을 공급하여 눈앞의 불안을 일시적으로 잡는 방법을 택하였다. FRB가 외국의 중앙은행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비판의견도 많았으나, 외국의 중앙은행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국국채를 파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당면했던 문제는 시중에 유동성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거래상대방에 대한 신용위험의 증가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3조원 가까운 유동성 지원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유동성 지원과 동시에 FRB는 2007년 6월 이후 10여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하여 0%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하였고 다른 국가들도 이에 보조를 맞춰 금리를 인하하였다.
2 진행현황
아직 정책에 대해 평가를 하기는 이르나 금리 인하 등 전세계의 공조를 통한 유동성 공급은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했을지라도 일단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공조로 인해 미국, 유럽, 일본 등, 각 국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각 국이 내세운 대규모 경기 부양책때문이다.
미국의 2009회계년도의 재정 적자는 1조달러 대를 돌파하였으며, 유럽의 주요국가들도 재정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일본이다. 금융위기로 세수는 줄어 들었는데, 2010년도 예산 규모는 청구 단계에서 과거 최대인 95조엔 이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기에 각국의 채무도 급격한 증가를 피할 수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하면, 미국과 유럽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7년 60%대에서, 2014년에는 100%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가장 부채가 많은 일본은 2007년 약 188%에서, 2014년 약 246%로 확대될 전망이다.
4 한국 금융/실물 경제로의 전이 과정
세계 최대의 소비국이었던 미국의 경기 위축은 한국의 수출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었다. 더블딥 가능성이 언급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을 많이 한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수출업체들이 수출물량도 줄고, 수출대금도 제대로 받기 힘든 상황에서 운송료가 문제가 된다. 1~2개를 제외하면 한국의 해운업체들이 혼자서 살아날 수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어서, 추가적인 위기에 대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5 금융위기 이후 대책
금융위기의 대책이 유동성 공급과 개별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위기가 극복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위기를 지난 이후 대책은 감독기구 개편, 규제강화, 국제공조 등의 대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감독기구에 대한 개편으로 감독기관의 권한을 강화될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의 불안을 증가시킨 공매도 규제, 투명성이 결여되어 불공정 거래가 이루어졌던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신용위험을 집중시켰던 CDS에 대한 규제, 신용등급 shopping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도덕적 해이를 보였던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 등이 강화될 예정이다.
또한 불법 금융거래 등을 조사하여, 위기발생의 책임규명을 할 것이다. 그 외에 최근 금융위기는 글로벌 위기인 점을 고려하여 국제공조가 증대되고 있다. 이에는 금융기관지원, 신용경색완화를 위한 유동성지원, 자본 확충 지원, 예금보호, 공시 및 회계 기준이 포함된다. 또한, 금융시장 및 경제의 빠른 안정을 위해 소비자 보호에 대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6 대책 그 이후
금융위기의 대책만으로도 정신없는 상황에서 그 이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너무도 이르다. 또한 많은 국가들에게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더 큰 위험이지 인플레이션은 뒷전이다. 그러나 진행 중 나왔던 대응책의 대부분이 금리인하, 통화증발 등 유동성 공급에 맞춰져 있다. 유동성을 통제하려다 문제가 발발하고, 그로인해 더 많은 유동성을 전세계에 공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은 전 세계를 인플레이션 위협 속으로 몰아갈 가능성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