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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선과 다선
    손 가는 대로/그냥 2020. 6. 5.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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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맛 - 초선과 다선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또 끄적여 봅니다. 국내 모 회사의 미국 법인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그 회사 미국 법인의 주된 기능은 국회의원들이 미국을 갔을 때 접대하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직원들은 말했습니다. 이 곳에 올 때까지 젊은 초선의원들을 좋아했지만, 여기와서 국회의원들을 가까이 보게 되니 여야 정당을 떠나서 초선의원들이 더 싫어졌다는 것입니다.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실 때 내공이 있는 다선의원들은 게임의 룰도 알고, 선도 지킬 줄 알지만  초선의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새로 맛본 권력을 주체하지 못한다면서. 

    그 직원은 당시 미국법인 대표를 좋아한다고 하며,  인품이 훌륭하여, 자기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파견 온 직원들과 미국 현지에서 채용한 직원 모두에게 존경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국회의원들과의 술자리에서 60세에 기까운 법인장이 아들 나이의 초선의원들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죠.

    술자리에서 초선의원이나 2선 의원들은 갑자기 분위기 살리라며 법인장 보러 테이블 위에 올라가 노래부르라고 하기가 부지기수였다고 합니다. 한번은 환갑을 앞둔 법인장이 삼사십대 초선 국회의원들 앞에서 재롱을 떨어야 하는게 안스러워서 직원 한 명이 대신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답니다. 그러자, 바로 국회의원은 법인장에게 호통을 쳤다고 합니다.

    "이 개xx야. 니가 감히 딴 놈을 시켜? 넌 개xx니 올라가서 짖어봐!"

    결국 법인장은 테이블에 올라가 네발로 서서 개짖는 소리를 냈다고 합니다. 나섰던 직원은 자신때문에 일이 커져서 다음날 차마 얼굴을 들지 못했지만, 법인장은 정작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나갔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일은 여야 가리지 않고 있었던 흔한 일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더 심한 경우는... 말하면 법인장님이 너무 수치스러워 하실 거래서 말할 수 없다고만 하더군요.

    사회도 예전보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으니, 지금은 그렇지 않겠죠?

    20년도 더 된 이야기. 누군지도 모르는 당시 초선이나 재선 국회의원들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그럴 거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권력의 맛'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맛본 적은 없긴 하지만...

    당시 3선이나 4선 의원들은 챙길 건 챙겨도 점잖게 챙겼지만, 초선이나 재선 의원들은 극소수 강직한 몇몇을 제외하면 실속없는 무리한 요구를 즐겼다고 합니다. 무리한 요구 자체가 그들에게는 권력의 행사라는 쾌감을 주어서 아니었을까요?

    그 당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쾌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겹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지금까지는 여당이어도 야당의 눈치를 봐야했지만, 선거의 압승 후 민주당 지도부는 '권력의 맛'을 즐기는 듯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못하던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맛.

    인간이기에, 그리고 더구나 정치에 뛰어든 인간이기에, 그런 일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는 말할 수 없겠죠. 하지만, 그 맛에 중독되어 더 큰 것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
    금어초(snapdragon, 金魚草) 꽃이 아름다운데, 금붕어 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금어초라고 하고, 영어로는 용의 입 모양을 닮았다고 하여 snapdragon이라고 합니다. 영화 곡성을 통해 해골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꽃말은 수다쟁이, 권력, 욕망, 오만, 탐욕 등이라고 합니다.

    화려한 아름다움은 권력이나 권력을 향한 욕망을 나타냅니다. 권력을 쟁취하고 갖게 되는 오만함도 있죠. 하지만, 시들며서 해골처럼 변하는 모습은 욕망이 탐욕으로 변하며 추악해 짐을 나타낸다고 하죠. 금어초를 보며 권력의 맛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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