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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나라와 법치 2손 가는 대로/그냥 2021. 3. 5. 23:36728x90
진(秦)나라와 법치 2
법치와 비난
만리장성을 쌓느라 백성들을 고생시키고, 분서갱유로 서적들을 불태우고 문인들을 박해했으며, 개인의 불로장생에 심취하여 불사초를 구하느라 애썼고, 사후에 수천명을 순장시켰다는 등. 이 중 분서갱유 외에는 사실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합니다.
만리장성은 진시황 때 만든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던 장성들을 잇고 보수하는 정도였고, 실제 사람을 순장시킨 것이 아닌 병마총을 같이 묻었죠. 엄청난 규모의 병마총을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기는 했겠지만.
분서갱유는 나쁜 행위지만, 진시황만의 악행은 아니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현재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신한테 불리하면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가짜뉴스라고 몰아가거나 열성지지자들이 물어 뜯도록 먹이로 만드는 것도 반대의견을 탄압한다는 점에서 분서갱유와 크게 다를 바 없어보입니다.
혹자는 진시황이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이유가 유교가 아닌 법가, 덕치가 아닌 법치로 나라를 다스렸으며, 진나라가 중원의 국가가 아닌 변방의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법치를 통해 진나라는 부국강병을 이루었지만, 실제로 구현하였던 상앙이나 진시황은 후세에까지 욕을 먹었습니다.
법치의 한계
그들이 정말 가혹했을 수도 있지만, 그 이유는 어쩌면 그들이 추구하던 법치 그 자체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법이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공정하게 적용되기를 바라는 한편, 자신에게 불리할 경우에는 인간적이고 융통성 있는 적용을 바랍니다. 법치가 오래된 지금도 사람들은 그런데, 법치를 도입한 초기 사람들은 더욱 그런 마음이 컸겠죠.
융통성은 종종 사리사욕을 위한 변명으로 변질되기도 합니다. 왕과 측근을 위주로 법치를 도입하였으나, 민간과 접촉하는 지방 관료들은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 법대로 하였던 것으로 추정되죠. 법치의 이상은 좋았을지 몰라도 법의 시행은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다 보니 불합리한 집행과 서민들은 불만이 커졌을 거라는 겁니다.
진나라가 시황제 사후 탐관오리들에 의해 농락 당하다가 4년 만에 멸망하게 된 것 역시 시황제 살아 생전에도 관료들은 법을 두려워하면서도 안 지키고 있었을 거라는 추측에 힘을 실어줍니다.
법치는 진나라를 강국으로 이끌었지만, 자신들은 예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득세하며 결국 멸망으로 이끌었습니다.
법치를 엄격히 지키면 인간미가 없다고 욕을 먹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친한 사람에게만 예외를 적용하거나, 측근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 것에 눈을 감는다면 욕을 넘어서 나라를 파멸로 이끌게 됩니다.Image: Qin Shi Huang, the Emperor of the Qin Dynasty in China | Wikimedia Commons in the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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