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최근 2~3년 전 부터 세계경제의 위협요인으로 부각된 디플레이션.
금융위기 이전 사람들은 말하기도 했습니다. 호황은 황소(bull)이고, 불황은 곰(bear)인데, 인플레이션은 범이라고. 호황을 잡아 먹을 수도 있고, 불황보다도 무서운게 인플레이션이라고.
금융위기 직후에도 사람들은 유동성이 공급되었는데 경기회복은 불투명해 보여서 스테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사상 유래없는 유동성 공급에 하이퍼플레이션을 걱정하고, 경기는 어렵지만 사람들은 먹고 살아야 해서 농작물에 대한 수요는 일정한데 갈 수록 심해지는 이상기후와 식량이 아닌 대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농작물이 늘어나면서 공급은 줄어들어 생기는 애그플레이션, 세계의 공장에서 수요지로 바뀌며 생기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인 친플레이션(Chinflation) 등을 두려워 했습니다. 모두 인플레이션 가족들이죠.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의 원인보다는 결과에 가깝습니다. 안 좋다는 신호이지, 그 자체가 위협요인은 아닙니다. 물가가 낮아야 수요가 늘고, 그래야 경제도 좋아지니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위협요인으로 자리 잡습니다. 원인이 어떻든 가격하락이 수요 증가로 이어지기 전에 누수되는 곳이 많아서 겠죠.
디플레이션 속에서도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물가가 비싸다고 합니다.
혹자는 물가지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소비패턴을 지수가 따라갈 수 없다보니, 이미 오래 전부터 물가지수는 실물경제와 괴리된 채 경제지표로서의 역할밖에 못한다는 것이죠.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심리적 이유를 듭니다.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보는 시각에서는 사람들의 심리가 일단 뭐든지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비싸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죠. 반대로 합리적이라고 보는 시각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많이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가가 낮은 건 경기가 안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다 보니 소비를 늘리지 않거나 줄이게 됩니다.
심리 문제가 아닌 경제적 관점에서도 그렇다고 보는 측에서는 물가는 떨어졌을지 몰라도 실업이나 근로조건 악화 등으로 물가 하락보다 소득이 줄어드는게 더 커서 그렇다고 보기도 합니다.
이는 고령화와 함께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해결 못하는 듯이 보이는 양극화와 이어집니다. 부가 소수에 집중되면 평균은 같더라도 상위 10%의 부는 엄청나게 증가한 반면, 나머지 90%는 부는 감소하게 되면 물가지수에 포함된 일반 품목들의 소비는 감소하고, 가격도 하락합니다. 고급제품이야 수요도 늘고 가격도 오르겠지만, 물가지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합니다. 특히, 소득별 인구분포에서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중산층. 양극화 속에 실제로 경제여건은 악화되는데 눈은 부유층에 가 있습니다. 심리적 박탈감과 함께 다른 소비를 줄여서라도 고급제품을 사고 싶어 합니다.
여기에 양극화로 인한 투자 또는 투기 자산의 증가도 언급됩니다. 부유층의 경우 증가되는 부만큼 실수요를 늘리지는 않습니다. 대신 투자 대상을 찾아 돈은 움직입니다. 실수요도 가격의 영향을 받지만, 투자나 투기의 경우 그 민감도는 더욱 큽니다. 향후 전망도 반영하죠. 풍부한 유동성으로 투자목적의 자산매매가 증가하게 되면, 디플레이션은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설명이야 어떻든 올라도, 내려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은게 물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