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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지펀드의 실패
    손 가는 대로/자산운용수필 2016. 3. 17.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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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지펀드의 실패.

    헤지펀드는 몇번의 큰 실패가 있었지.

    한참 전성기 때에는 유수 은행들이 서로 묻지마 대출을 해주려고 하기까지 했다는 LTCM(Long Term Capital Management). 1994년 설립되고, 연평균 400%의 수익률을 올리던 펀드는 1998년 파산위기에 처해.

    러시아 채권의 가격이 저평가 되어 있다고 판단하고 러시아 국채를 대량 매입하게 된다. 러시아는 망하지 않고, 채권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봤던거지.

    하지만,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러시아에도 영향을 미치며 러시아는 나라가 진 빚을 갚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지. 자신들의 분석을 확신하였기에 러시아 채권을 매입한 후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추가로 매입해 왔던 LTCM은 러시아 모라토리엄의 직격탄을 맞게 되지.

    펀드는 은행들에게 갚아야 할 돈이 1,200억 달러에 달했고, 1조 2,500억 달러의 파생금융상품 포지션이 있어서, 펀드 하나가 전세계 금융시장과 금융시스템을 뒤흔들었어.

    그 이야기는 '천재들의 실패'라는 책으로도 나올 정도였지. 안전한 차익거래를 추구하는 펀드가 레버리지와 파생상품으로 만들어낸 손실이 그 정도라는 건 그 엄청난 금액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니까.

    2006년에는 헤지펀드 애머런스 어드바이저스의 청산이 이슈가 되었어. 2000년 설립된 애머런스(Amaranth)는 4∼5년 동안 매년 30% 수준의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렸지. 문제는 이 펀드의 자금 대부분이 천연가스 선물에 투자되고 있던 거야. 많을 때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천연가스 거래량의 85%를 소유한 적도 있을 정도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하자 2주만에 95억 달러 자산에서 60억 달러의 손실이 생겼지. 얼마 안된다고? LTCM이 워낙 천문학적인 숫자여서 그렇지, 손실이 7조원 정도니 작은 금액이 아니지.

    애머런스의 수익률이 좋았던 2001년~2003년에 미국의 주식시장은 IT버블이 붕괴되면서 고전을 했어. 그런데, 애머런스도 좋았지만 그 외에는  많은 헤지펀드들이 놀라운 수익률을 보였지. 헤지펀드 업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애머런스만큼 높은 수익률까지는 아니었지만, 고전하고 있는 전통적인 뮤추얼 펀드와 달리 변동성 낮은 꾸준한 수익률을 얻고 있었어.

    이런 좋은 실적은 이후 2007년까지 헤지펀드의 붐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어. 봐라 IT버블 붕괴 때 보듯 금융시장에 충격이 와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지 않느냐.

    비록 중간에 애머런스 사태가 있었지만, 그건 헤지펀드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애머런스라는 한 회사의 문제일뿐 확대 해석하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

    애머런스의 손실 발표 며칠 후 그 반대 포지션을 취했던 헤지펀드 운용사를 방문했었어. 그런 일이 생길 줄도 몰랐고, 그 반대 포지션을 취한 운용사인 줄도 모르고 일찌감치 잡았던 약속이었지. 과거 수익률만 보면 높고도 안정적이어서 투자할 만한 곳인가 싶었거든.

    하지만, 그들은 약간 흥분해서 자랑을 시작했지. 애머런스의 반대 포지션을 취해서 한 달만에 40%의 수익을 올렸다고. 자신들의 혜안과 뛰어난 수익률을 자랑하는 동안 든 생각은... 만약 천연가스 가격이 올랐다면? 그러면 애머런스는 큰 수익을 올리고, 이들은 큰 손실을 봤겠지. LTCM과 애머런스 사태를 지나면서도 헤지펀드 업계는 여전히 집중과 레버리지에 대한 위험에 무딘 곳이 많았던 거야. 다들 똑똑한 사람들이다 보니 다른 사람의 실패를 보면서도 나는 다르다는 자신감이 넘쳤다고나 할까?

    GFC라고 불리는 2008년 금융위기는 헤지펀드들이 결국 똑같다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어.

    마이클 허핑턴 전 미국 하원의원(공화당)이 소송을 제기하며 더욱 유명해진 칼라일 캐피탈(Carlyle Capita Corp, CCC)도 그 작은 예 중 하나지.

    칼라일 캐피탈은 2008년 4억 달러의 마진콜(margin call)에 응하지 못하며 문제가 가시화 되었어.

    마진콜은 선물거래 등에서 계약이행 증거금이 부족해 질 때 추가 납입을 요청하는 것을 말해. 2013년에 마진콜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나왔지.

    당시 칼라일 캐피털은 217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어. 그런데, 고객으로 부터 받은 돈은 6억 7천만 달러에 불과하였고, 대출이 166억 달러로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있었지. 그런데, 서브프라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채권은행들은 추가적인 대출 등에 부정적이어서 4억 달러의 마진콜에 응하지 못하게 되었던 거야.

    예를 든 펀드들은 러시아 채권, 천연가스, 모기지 등 이유는 다르지만, 과도한 레버리지라는 거의 같은 패턴을 따랐지.

    전략별 인덱스로 보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 중 특히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주식중립전략(Equity neutral strategy)을 구사하는 펀드들의 손실이 컸으니 역설적이기도 했지.

    GFC는 금융시장에서 많은 것을 바꿔놓았지.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레버리지를 줄이는 디레버리지(deleverage)였어. 헤지펀드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반에 만연했던 레버리지가 문제를 키워왔다고 느낀 거지.  그 이후 아직까지는 큰 위기가 없었어.

    하지만, 엄청나게 큰 펀드의 청산이 아니라 손실과 자금인출 관점에서는 계속적으로 고전 중이며, 그로 인한 펀드청산도 끊이지 않고 있어.

    2011년 글로벌 헤지펀드는 2008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부진한 투자성적을 거두었다고 발표되지.
    유레카헤지 기준으로는 글로벌 헤지펀드 평균수익률은 -4.1%를 기록해, 2008년 -10.38% 이후 가장 저조했어. GFC 당시에도 좋은 성과를 내며 '서브프라임 영웅’이라 불리던 존 폴슨의 어드밴티지플러스는 헤지펀드 평균보다도 더 손실율이 컸지. 회복에 대한 베팅과 기대보다 못한 회복과 불안감이 그 이유였어.

    2014년 3월에는 기술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블루리지 캐피털, 바이킹글로벌 인베스터스, 론파인 캐피털 등 다수의 대형 헤지펀드가 손실을 입었어. 헤지펀드들은 분기 수익률로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익률을 기록했지.

    그게 끝은 아니었어. 2015년 8월에는 헤지펀드 업계는 총 780억 달러 손실로 월간 손실액으로는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직후인 2008년 10월 이후 최대 손실을 기록해.

    2015년 누적으로는 다우존스 지수나 S&P 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렸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절대 수익률로 인해, 2015년 3분기에만 950억 달러의 자금이 이탈되며 이탈 규모로는 금융 위기 이후 가장 심각했어.

    그리고, 회복을 노리던 헤지펀드 업계는 2016년 초 헤지펀드 업계는 마틴 테일러가 운용하던 네브스키캐피털을 청산하고, 은퇴를 선언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 청산을 택한 이유는 앞서 말했던 다른 펀드들 처럼 큰 손실이나 돈을 갚지 못해서가 아니었어. 연평균 수익률 20% 수준에, 누적 수익률 64배에 이른다. 최근 15년간 헤지펀드 업계 상위 3%의 우수한 펀드였지. 테일러는 고객들에게 보내는 보고서에서 가까운 장래에는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은퇴한다고 밝혔지. 혹자는 테일러의 은퇴는 가장 뛰어난 수익을 내 온 운용자 중 한 명의 은퇴가 아닌 헤지펀드 업계 붕괴의 서막일 수도 있다는 전망을 하기도 하지.

    아니, 이미 2015년부터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해. HFR에 따르면 2015년 헤지펀드 수익률은 -1%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상승률인 -0.7%보다 더 저조했거든. 지금까지 손실이 나도  다우존스나 S&P 500 지수보다 약간이나마 높았다고 스스로 위로해 왔지만, 그마저 안 되는 성적표였지.

    2016년 1월에는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며, 헤지펀드 업계는 1.7%의 손실을 기록해. 월별 수익률로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2.7% 이후 최악의 실적이었지. 생각보다는 손실이 적다고? 다양한 대상에 다양한 전략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하나의 인덱스 수익률로 나타내게 되면 자연스레 포트폴리오 효과가 나서 변동성이 낮아보이게 되거든. 실제로는 한달 사이에 두자릿수 손실을 낸 대형펀드들도 많았어.

    과도한 레버리지, 특정 투자기회에 대한 높은 집중도, 그리고, 다른 펀드의 실패로 부터 배우지 못하는 점이 헤지펀드 업계를 위기로 몰아넣지. 그리고 그건 너무도 머리 좋은 사람들이 업계에 많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워낙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 조금만 겸손해진다면, 헤지펀드 업계는 위기의 반복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헤지펀드 운용자들이 반복되는 위기 속에도 배우는게 없다면? 그러면 그만큼 투자자들이 더 조심해야겠지.

    Image: Damage caused by dam failure in Iowa by Josh deBerge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FEMA_-_44888_-_Damage_caused_by_dam_failure_in_Iowa.jpg)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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