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스마트폰 사업 중단

LG의 스마트폰 사업 중단

LG의 이통통신 단말기 제조업은 LG정보통신이 담당했습니다. 당시 LG정보통신 사람들은 (마진이 낮은 제품을 생산하는) LG전자가 망해도, (기술력이 뛰어난) LG정보통신은 망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가득했죠.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발하고 나서 LG전자도 회사채 발행이 쉽지않은 상황에서 LG정보통신이 순수 민간기업으로서는 드물게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비록 이자율이 연 30%가 넘는 초고금리였지만, 발행 성공 자체만으로 당시 한국 기업들과 경제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000년에 LG전자는 사업강화를 명분으로 LG정보통신을 흡수합병하죠.

이동통신단말기 부문에서는 아직도 LG하면 초콜릿폰의 영광을 언급합니다. 국내언론도, 해외언론도. 초콜릿폰. 2005년에 나왔던 피쳐폰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엘지의 영광이 스마트폰이 없었던 15년전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이니 사업부 폐쇄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초콜릿폰은 기술력이 뛰어나고 완성도가 당시 삼성 핸드폰을 능가했다고 언론들은 말하지만, 사실 그 당시 사용자들이 말했던 것은 오로지 하나, 세련된 디자인이었죠.

엘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이어서 아예 명품 브랜드의 이름을 앞세운 프라다폰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성공을 이어가지는 못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성공은 오히려 엘지의 변화에 걸림돌만 되었죠. 그리고, 컨설팅의 폐해로 언급되는 대표적 사례인, 맥킨지의 컨설팅 보고서가 변화를 더욱 거부하게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공개된 자료가 아니어서 소문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엘지가 워낙 맥킨지를 좋아했었으니 전혀 말도 안되는 소문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엘지가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이 늦기는 했으나, 늦은 대응은 엘지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아이팟으로 게임의 규칙을 바꾸며 MP3 플레이어 시장을 평정한 애플이 아이폰도 출시한다고 했을 때 거의 모든 제조업체와 증권사 리서치, 컨설팅사 보고서들은 MP3 플레이어와 핸드폰 시장의 차이에 주력하며 애플의 아이폰은 실패할 거라고 전망을 했었죠.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위인 삼성 역시 진입이 늦었죠. 문제는 엘지의 2위 문화였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엘지는 백색가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언제나 준비만 먼저하고 삼성에게 최초 자리를 내주고 시장개척에 힘쓰게 한 후 시장이 형성되면 치고나가 시장을 탈환하는 전략을 선호했다고 합니다. 일부 컨설팅사들은 시장에 최초라는 상징적 효과도 있지만 시장개척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2위 전략이 오히려 수익성이 높다는 보고서를 내면서 그런 전략을 옹호하기도 했죠.

그런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도 늦었는데, 엘지는 늦은 삼성을 그 다음에 따라가려고 하다보니 더 늦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백색가전에서는 기술적 경쟁력이 뒷받침 되어 늦게 출발해도 따라갈 수 있지만, 스마트폰에서는 기술력도 뒷받침되지 않았죠.

고전이 이어지며 시장점우율의 차이가 커지고 적자는 누적된 상태에서 최근에 나온 야심작 LG윙. 출시 전 나온 홍보성 인터넷 기사의 댓글은 이미 대부분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런 폼팩터를 실무자가 낸 아이디어일리는 없고 어느 임원이 지시하고 이에 다른 의견을 낼 수 없는 꼰대문화 둘이 결합되지 않고는 나올 수 없다는 의견부터 엘지가 스마트폰 사업부를 접으려고 작정하게 분명하다는 의견까지. 안 좋아하는 정도를 넘은 부정적 댓글들이 많았죠.

LG윙의 실패에 놀란 사람들은 엘지 관계자와 인터넷 기사 기자들 뿐이었을 것 같습니다.

뒤만 따라가려다가 앞서 나가려다가 무리수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새로운 것을 원하는 것은 맞지만, 새롭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