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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와 메타버스, 그리고...
    손 가는 대로/그냥 2022. 3. 1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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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와 메타버스, 그리고...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AI?

    빅 데이터의 발전은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라는 말을 흔히 듣게 만들었죠.

    한 TV를 광고를 보면 AI가 메뉴까지 정해줍니다. 오늘 날씨가 이렇고, 너는 이런 날씨에는 몇 % 확률로 어떤 메뉴를 먹었으니, 오늘도 어떤 메뉴를 추천한다는 식이죠.

    그런데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이 맞을까요? 사람이 어려운 것은 가끔 예상치도 못한 행동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날따라 날씨와 상관없이 전혀 다른 것을 먹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AI가 빅 데이터에 기반해 추천해 주거나, 동선을 그런 것을 먹도록 추천해 주면 얼떨결에 AI가 추천해 주는 것을 먹게 되죠.

    이게 반복되면, 특정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면 확률이 60%였더라도, AI가 가장 많이 결정했다고 계속 추천해주고 그대로 따라가다 보면 선택할 확률이 80~90% 올라가게 되죠. 정말 그런 행동을 더 많이 하니까 어떻게 보면 AI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확히 말하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사결정권을 AI가 빼앗는 겁니다. 똑같은 상황에서 60%는 이런 결정을 해도, 40%는 전혀 다른 결정을 하는게 정말 나인데, AI를 따라가면서 그 상황에서 99% 똑같은 행동을 하게 되는 것뿐이죠. 

    뭘 먹을지 정하는 거야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분야에서 AI는 인간의 의사결정권을 조금씩 침해해 갈 겁니다.

    예전에 한 독재자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인간은 사실 자유롭게 판단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누군가를 따라가면서, 자유의사를 따르고 있다는 착각이다."

    비록 자신의 독재와 쇄뇌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 말이지만,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없는 상황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일부 이단아를 제외하면, 그만큼 AI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죠.

    영원한 생명

    이야기를 조금 바꿔서,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추구하여 왔습니다. 물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 영생을 꿈꾸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죽음이 두렵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정말 절박하거나, 아니면 음주로 인해 감정적이 될 때가 많죠.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피하고 싶어하다 보니, 이 세상 삶이 힘든 사람에게 영생은 종교에 기대게 만듭니다. 윤회든, 천국이든 다른 시작을 원하죠.

    하지만, 권력이 권력을 낳고, 돈이 돈을 낳는 세상에서 권력이나 재물이 많은 사람들은 현재의 육체를 어떻게 더 유지할 수 있는지 추구해 왔습니다. 먼 옛날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으려 했던 노력이 현재에는 의학이나 기계로 옮겨왔을 뿐이죠.

    메타버스 세상의 발전 속도를 보면 인류가 오랫동안 추구했던 영생은 의학이나 기계의 도움이 아닌 메타버스 속으로 들어가는게 더 빠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의 몸 자체가 영생을 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체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체를 해도 주기적인 교환과 보수는 필수적일 테니까요. 

    메타버스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곳입니다. 단순한 게임과 달리 소통도 있고, 경제 활동도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메타버스는 발전하고, 살아있는 사람들도 최소한의 생활만 제외하면 메타버스에 접속할 겁니다. 현대인들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자신이 가진 재산을 디지털 화폐로 바꾸고 자신의 뇌를 데이터화해서 메타버스의 아바타와 연결하면, 큰 무리가 없이 영생을 살 수 있습니다. 기술이 발달하거나 뇌의 일부를 조작하면 현실과의 차이도 못느끼게 될 겁니다. 영화 토탈리콜과 다르기는 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살아있는 사람들 조차 현실과 메타버스의 차이를 혼동할테니까요. 장자가 말한 호접지몽(胡蝶之夢)처럼 말이죠.

    그렇게 되면 오히려 메타버스가 더 친숙하고 더 현실 같게 되면서, 영생을 굳이 인간의 몸으로 현실에서 누릴 필요는 없어집니다. 메타버스가 더 큰 세상이 될테니까요.

    생각

    다시 처음의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AI'를 생각해 봅시다. 영생을 위해 인간이 메타버스로 들어가게 되면 남는 것은 '자신의 생각'뿐입니다. 아바타로 구현되는 모습도 메타버스 속 화폐와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게 되죠.

    그런데, 그 생각이 진짜 나의 생각이라기 보다는 AI가 빅 데이터로 조작한 AI가 지시한 생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죠. 빅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은 그렇게 판단할수록 빅 데이터를 증가시키다 보니 자기확신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과연 그렇게 메타버스에서 살아가는 내가 진짜 나일까요? 나는 나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실상 육체도, 정신도 AI의 지배를 받고 있는 존재라면.

    문득 데카르트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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