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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링크스와 판손 가는 대로/그냥 2023. 2. 23. 18:07728x90
시링크스와 판
그리스 신화나 로마 신화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이기에 지금의 기준과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엄연히 존재하는 내용을 차단할 수는 없지만, 무비판적인 수용은 안 되겠죠.
시링크스와 판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님프인 시링크스 보다 권력과 무력 면에서 모두 우월한 위치에 있는 판이 시링크스를 성폭행하려고 하는 이야기이죠. 현대 기준으로는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링크스는 판에게 겁탈 당하기 직전에 동료라고 할 수 있는 강의 님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갈대로 변합니다. 말이 좋아 변신이지 다시는 님프로 돌아올 수 없기에 죽음이나 영구 장애와 다름없습니다.
이후 판의 행동은 더 잔인합니다. 애도하거나 잘못을 깨닫기 보다 갈대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름답다고, 시링크스가 변한 갈대를 잘라서 팬파이프로 만듭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된 시링크스를 잘라서 팬파이프로 만든 것은 겁탈할 수 없자 죽여버린 중범죄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를 현대 기준에 맞지 않으니 없애거나 이야기 내용을 바꾸자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시링크스와 판의 이야기가 판이 중심이 되어 짝사랑하던 시링크스가 갈대로 변하자 시링크스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팬파이프로 만들어 함께 했다는 식으로 미화해서는 안됩니다.
싫다는 사람을 쫓아가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사랑이나 짝사랑으로 포장될 수 없는 죄질이 매우 나쁜 범죄입니다.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