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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손 가는 대로/그냥 2015. 11. 20. 19:14728x90A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잘 해보자는 회의에 참석하며 의욕이 넘쳤습니다. 우리 조직은 잘 할 수 있어.
회의에 참석한 A는 질문도 많이하고 문제점도 말하고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도 말했습니다.
한참 A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회의 진행자는 말했습니다.
"저기 있는 저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해봤을 것 같나요? ... 아, 걱정 말아요. 2~3년만 지나면 저렇게 될테니. 그러려니 하는 거죠."
그제서야 A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잘 해보자고 모인 것이 아니라 모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모인 사람들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
A의 말을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격려의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신입사원 시절 이미 망한 종금사들과 일할 때가 많았습니다. 종금사라면 그들이 입사할 때는 최고 엘리트였을텐데, 어느새 그들에게 익숙한 건 관료주의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문화. 극단적인 예일 수는 있지만 어느 조직에서든 그 조직의 분위기 또는 문화를 개인이 거슬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흔한 교육에서 듣게 되는 '각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문화를 바꿔라'는 말도 말만 쉽지 실제 행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하지만 A에게 어떤 말도 하기 힘들었던 건 어쩌면 회의 참석자들의 모습에서 내가 보였기에.
패기 넘치고, 의욕 넘치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다른 팀에서 싫어한다'고 달리고 싶어하는 그들에게 걸으라고 하거나 쉬어가라고 했던 내 모습. 여기저기 부딪혀 상처날까 봐 걱정되었다지만 보수적 분위기에 적응하라고 한 것이 결국 회의에서 회의적으로 있던 사람들과 다를 바가 무엇이며 그것이 정말 후배들을 위한 것이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달리고 싶어 하면 어디로 가야하고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알려주는게 맞지 않았나라는 생각과 함께.Image: A Meeting of Lawyers (1858/1862) by Honoré Daumier (1808–1879)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m.wikimedia.org/wiki/File:Honor%C3%A9_Daumier_-_A_Meeting_of_Lawyers_-_Google_Art_Project.jpg) in the public do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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