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눈에는 안 보이지만 쏟아지는 무한함. 종교에서는 하느님의 사랑이나 은총이라고도 하고,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운이나 기회라고도 합니다.
모든 사람에게 무한히 내리지만, 그것을 얼마나 담게 되는지는 각자의 그릇에 따라 다릅니다.
얼마나 크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달라집니다. 그릇이 크면 많이 받겠지만, 작으면 쏟아지는 것들이 넘치게 됩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건 크기가 아니라 어떻게 놓았냐는 겁니다. 바로 놓았냐 엎어 놓았냐. 아무리 그릇이 커도 엎어 놓은 그릇에는 아무것도 담을 수 없습니다.
소흘하기 쉽지만, 그릇에 담긴 것도 중요하죠. 커다란 그릇을 만들어, 똑바로 놓아두어도, 그릇에 흙탕물이나 독이 잔뜩 들어있으면 그 물은 지저분해지고, 마실 수 없게 됩니다. 들어오는 물을 아무리 좋은 정수기로 걸러내봤자 그릇을 씻지 않으면 지저분한 건 가시지 않습니다.
연말. 내 마음의 그릇은 얼마만한 크기이고, 어떻게 놓여져 있는지, 무엇이 담겨있는지 생각해봅니다... 설겆이가 필요하단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