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vs. 할인점
어느 동네에 A, B, C 세 개의 가게가 있었습니다. 파는 물건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은 주인이 친절한 A가게를 주로 찾았습니다. B와 C의 가게 주인은 문을 닫지 않으려고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B는 가격을 낮추기로, C는 품목을 다양화 하기로 각자 결정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B가 싸다는 걸 알았지만 A와의 관계 때문에 쉽게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A에 없는 물건을 팔았기에 C가게에는 자연히 드나들게 됩니다. A와 C가 가격도 비슷하고 어차피 C도 가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며 사람들은 자연스레 A에서 사던 물건도 C에서 사게 됩니다. 어차피 뭘 사는지는 A가게 주인이 알 수 없으니까요. A가게 주인과 조금씩 서먹해지면 사람들은 A가게에서 살 수 있는 건 보다 싼 B가게에서 사기 시작합니다. A가게에는 손님이 끊어졌습니다.
A, B, C는 현재 보험산업일 수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차이가 난다고 하지만 고만고만한 상품을 팔고, 보험료가 자율화라고 하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의 요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업조직의 인맥 등에 의존한 영업이 이루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CS는 완전판매와 친절교육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B와 C가 차별화를 할 시간은 점점 다가옵니다.
감독원에서는 보험료 요율체계를 개선 중입니다. 이것이 반영되면, 가격차별화가 필연적입니다. 가게와 달리 우리가 낮추고 싶다고 가격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과거 경험율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과도한 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회사에서 서둘러,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금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나중에는 싼 물건을 팔고 싶어도 비싼 물건을 팔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또다른 차별화는 종합금융그룹화입니다. 도규상 금융감독위원회 보험감독과장은 월간생명보험 1월호에서 대형사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유도하고, 중소형사는 비교우위부문에 집중하도록 하는 차별화된 감독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한군데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가게 될 겁니다.
A, B, C의 이야기는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A, B, C가 어쨋거나 서로 잘 알기에 그래도 어느 정도의 상도덕은 지키고 있던 그 동네에 어느 날 커다란 대형할인점 D가 들어섭니다. 가격도 싸고 물건도 다양하고, 이미 사람이 아닌 경제에 익숙해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D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D의 등장은 한미 FTA의 결과가 될 겁니다. 아니, 꼭 한미FTA가 아니더라도 정부에서 말하는 금융허브를 구축하기 위해선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국내 금융기관은 필연적으로 대형할인점과 동네 구멍가게의 싸움을 해야 할 겁니다.
이제부터라도 이러한 싸움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Image: Costco Neihu Warehouse by 玄史生 from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Costco_Neihu_Warehouse_20140928.jpg under the Creative Commons CC0 1.0 Universal Public Domain Ded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