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 한국 투자자와 다른 나라와의 문화적 특성 차이 및 접근/극복 방법
문화적 차이는 아니지만, 환경의 차이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상대적으로 작고, 서울의 몇몇 지역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을 투자할 때도 그런 개념을 갖고 접근하는 투자자들이 있습니다. 뉴욕, LA, 샌프란시스코 등 Gateway City를 제외하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만한 시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식이죠. 하지만, 미국은 워낙 큰 시장이고, 땅덩이가 넓을 뿐만 아니라 많은 펀드들이 있어서 유동성도 풍부한 도시들이 많죠. 한국 투자자들은 투자를 할 때 그런 부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시에 해외 GP들은 한국 투자자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이해하고, 넓은 시장, 다양한 물건에 대해 해외 시장의 특징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해외 매니저들과 일하면서 느낀 점
해외 매니저들을 만날 때 가장 먼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와 닿았습니다. 저보다 훨씬 젊은 데도 아주 중요한 중책을 맡고 있는 직원도 있으며, 한국에서는 시장에서 물러나 관리만 할 나이의 분들이 현장에서 일을 하며, 그동안 쌓은 전문성을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나이가 들면 본인이 원하든 원치않든 현장에서 한발짝 물러나 관리만 하도록 몰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 LP의 경우, 많은 기관이 순환보직이라는 내부정책에 따라 주기적으로 업무를 바꾸는 경우가 많죠. 한국 LP가 GP를 평가할 때에는 경력을 중시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경험이 간직한 전문성을 쌓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를 오래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 운용사에 장기근속하는 운용자들이 많은 점도 부러웠습니다. 해외 IB들은 수시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지만, 해외 운용사의 운용역들은 오래 근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막 커나가는 경우여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한국 AMC의 경우 인력 이동이 잦은 곳이 많습니다. 5년, 10년, 또는 그 이상 투자를 하는데, 정작 한국의 담당자들은 그때까지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경우가 아직까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책임있는 운용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GP의 좋은 점만 보았던 것은 아닙니다. 제가 당시 부동산쪽 업무를 담당한 것은 아닌데, 다른 분야의 펀드에서 금융위기(GFC)를 지나는 동안, 연락이 닿지 않은 경우나 LP를 차별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인 세일즈나 한국에 사무소가 없는 작은 운용사들에서 그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한국 LP들이 익숙한 대형 운용사, 한국에 사무소가 있는 운용사들을 선호함을 느낄텐데, 어느 정도는 금융위기 때의 아픈 기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운용하는 펀드에 위기가 안 오면 좋겠지만, 어쩔 수 없는 위기 도래 시 책임있는 관리를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 해외 매니저들과 더 많이 일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변경 또는 변화되어야 할 사항들
금융감독기관의 감독 강화와 금융회사 내부 리스크 관리 및 컴플라이언스 강화 등으로 GP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과정이 점점 체계화 되고, 객관화 되고, 다른 펀드외 비교를 해서 서열을 매겨야 하는 추세입니다.
그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숫자로는 반영하지 못하는 정성적인 부분도 있고,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전략의 GP들 중에 우수한 GP들도 있습니다. 아직 답을 찾지는 못했는데, 이런 부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정량화된 평가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투자 GP의 확대 관련입니다. Commingled 펀드 투자가 늘면서 기존 GP랑만 거래하는 것은 exposure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일부에서는 유착관계를 의심하기도 하죠. 그리고 특정 GP랑만 거래 시 시장 정보를 접하는 채널이 줄어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거래하는 GP를 늘릴 유인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 LP들의 인력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외 commingled 펀드 투자 시 국내 AMC를 사용하기도 하죠. 그런데, 국내 AMC 역시 인력이 충분하지 못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 업무를 오래 하지 못하거나, 회사를 자주 옮기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하는 GP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은 투자 후 관리를 잘 하기 힘든 문제로 이어집니다.
초기 commingled funds나 SMA를 투자할 때에는 모르니까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생각을 하는 기관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투자 후 관리는 중요합니다. 보다 일을 많이 하고, 전문적인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 대한 보강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 대출 투자 관련 관점에서 향후 공동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인가?
한국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선호합니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강화되는 규제도 거기에 한몫을 하였습니다. 해외 대출에 투자하기 위하여 한국의 투자자들은 해외 GP들과 집합펀드(commingled funds), 일임계약(separate manged account, SMA), 개별 프로젝트 대출의 sell-down 또는 co-investment 등의 형태로 투자하게 됩니다. 해외 GP의 입장에서는 commingled funds나 SMA가 주된 상품이 되겠지만, 여전히 많은 국내 투자자들은 commingled funds나 SMA 보다 개별 프로젝트 딜을 선호합니다. 동순위 대출에 똑같은 조건으로 들어가는 것을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 검토 시간, 딜 사이즈, 펀드와 한국 투자자의 리스크-리턴 프로파일 등을 모두 고려해 볼 때 쉽지는 않습니다. 이보다는 GP가 운용하는 equity 펀드나 mezzanine 펀드에서 투자하는 대출의 메자닌이나 선순위 메자닌의 투자기회를 한국 투자자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Equity 펀드를 운용하는 GP 입장에서는 대출 조달처의 다변화라는 장점이 있고, 메자닌 펀드를 운용하는 GP 입장에서는 안정적이지만 펀드에 담기는 목표수익률이 낮은 대출을 수익률 때문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통해서 대출을 연결함으로서 스폰서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개별 프로젝트 딜을 보면서 해당 GP가 commingled funds나 SMA까지 관계를 이어갈만하다는 신뢰를 쌓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성공한 GP가 있냐고요? Commingled funds나 SMA까지 이어간 GP도 있고, 그렇지 못한 GP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equity 펀드만 있는 GP들은 한계가 있었고, mezzanine 등 대출 펀드가 있는 GP들은 자신들의 능력을 어필하는데 성공한 경우가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