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예에서...
유동성 공급이 있기 전 상황을 다시 한번 보자.
최초에는 갑, 을, 병은 각각 100씩 들고 있었다.
외부와의 경제활동이 전혀 없었지만
갑과 을은 자산이 250으로 늘고, 병은 100 그대로이다.
이자율이 10%였다고 치고, 순자산가치를 보면
갑과 을은 자산 250에서 차입금 50과 이자 5를 차감하더라도 195의 부를 지니게 된다.
반면 병은 이자를 포함해도 110의 부를 보유한다.
자산 A를 A기업 주식 5주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단순히 금융활동만으로 갑, 을, 병 모두 부가 증가했다.
그러나 그 부가 모두에게 고르게 돌아가지는 않는다.
명목가치로는 모두 증가했지만,
물가상승과 같은 화폐가치 하락을 고려하면
실질가치 기준으로 보면 병은 오히려 자산가치가 하락했을 수 있다.
아주 단순화한 예이지만...
수익모델을 볼 때, 갑과 을은 투자은행(IB), 병은 상업은행(CB)으로 볼 수 있다.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금융위기 이전 상업은행들 마저 수익모델로 투자은행을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유동성 100이 상업은행 병을 통해서 공급되었다고 치자.
병은 지금까지 처럼 전액 대출을 하기 보다는
A회사의 주식을 사려고 한다.
갑에게 60원을 주고 A주식 1주를 산다.
갑은 현금 60과 주식 240(=60*4), 부채 55로 순자산가치는 245가 된다.
을은 그대로 현금 250, 부채 55로 순자산가치는 195이다.
병은 현금 40, 주식 60, 대출채권 110, 부채 100으로 순자산가치는 110이다.
현금을 들고 있던 을과 주식을 들고 있던 갑과 자산가치가 차이가 나기 시작한다.
을이 병으로 부터 A 주식 1주를 70에 사게 되면...
을은 현금 180, 주식 70, 부채 55로 순자산가치는 195이다.
병은 현금 110, 대출채권 110, 부채 100으로 순자산가치는 120이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갑이다.
갑은 아무런 행동도 안했지만 보유주식의 가치가 280(=70*4)으로 올라간다.
따라서 현금 60, 주식 280, 부채 55로 순자산가치는 285가 된다.
아무것도 안했지만 을과 병의 금융활동으로 인해 순자산가치 증가는 가장 크다.
그 이유는 바로 주식 A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A를 갖고 싶어하고, A의 가격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똑같이 시작한 갑, 을, 병의 자산이 점점 차이가 나게 된다.
이렇게 금융활동만으로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지게 된다.
사람들은 금융의 순기능, 역기능을 이야기 하지만
이러한 현상 속에 금융은 중요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