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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오는 날...
    손 가는 대로/금융자산운용 2009. 11. 29.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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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가 내립니다.
     
    문득 캐나다에서 운전할 때 일이 생각납니다.
    지금처럼 추적거리며 음산하게 내리는 비가 아니라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습니다.
     
    움직이는 것 같지 않던 오른쪽 차선에서 가까스로 왼쪽 차선으로 옮긴 나는
    흐름을 따라 운전을 해야 했습니다.
     
    앞차 불빛만 겨우 보일 정도의 폭우 속에서
    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본 시속은 140km...
    게다가 앞차와의 거리는 50m도 안되었습니다.
     
    같은 차에 있던 사람들은
    이런 빗속에서도 운전을 잘 한다고
    저를 칭찬해 주고 있었지만...
    내색을 안해도 저는 겁이 났습니다.
     
    가시거리와 진행속도, 그리고 제동거리를 생각하면,
    어느 차라도 사고가 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속도만 줄이더라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멈춰있는 우측차선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보다 큰 위험이어서
    옮길 수도 없었습니다. 
     
    실제로 가는 도중
    경광등을 켜놓고 갓길에 있는 경찰차들을 2대나 보았지만
    경찰차도 들어올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단속을 하려다가는 오히려 더 큰 사고로 이어질까봐 그런게 아닐까
    혼자 생각을 했습니다.
     
    다행히 그날은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만...
     
    문득 2007년말 금융시장이 생각납니다.
    비단 2007년만은 아니겠죠.
     
    돈으로 밀고 올라가던 시장도 마찬가지 입니다.
    정석대로 안전한 투자를 하면 저수익에 답답해 집니다.
    수익을 올리려고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하게 되면,
    위의 좌측 차선과 같은 상황에 빠지게 됩니다.
     
    처음에는 속도가 빠르다고 좋아합니다.
    주위에서 훌륭한 매니저라고 평가를 해줍니다.
    그러나, 거기에 취해 있다보면
    빠져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습니다.
    속도는 여전히 빠르지만, 사고 위험도 커집니다.
    뻔히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해야 합니다.
     
    미국의 적자, 과잉소비,
    그리고, 그로인한 전세계의 과잉 유동성과 자산버블.
    모든 것을 받쳐주던 건
    미국이 세계경제의 발권국가이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 위험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했던 것은
    이미 좌측차선에 들어섰고,
    누군가 제동하려는 순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때문이었을 겁니다.
     
    지금은 안 그럴 것 같이 보이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혹자는
    사전에 예방을 못했다며, 리스크 관리 담당 부서나 감독당국을 질타하고,
    많은 금융회사들이 리스크 담당부서를 강화합니다만...
     
    저수익으로 우측차선을 유지하느냐
    고수익으로 죄측차선에 들어서느냐는
    각 사의 부채 상황에 따른 전략적인 선택으로 결정됩니다.
     
    그리고,
    일단 좌측차선에 들어섰다면...
    리스크 담당부서에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사용하는 VaR의 한도값이 초과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VaR 값을 줄이려면
    문제가 되는 자산을 팔아야 되지만 문제가 되는 자산은 이미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회사 전체의 VaR 값을 줄이려면...
    우량자산을 팔아야 하고,
    전체 포트폴리오는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우측차선만 고집한다?
    그것 역시 위험합니다.
    부채에서 부담하는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게 금융회사의 기본적인 생존요건일테니까요.
    부채비용이 높다면, 어쩔 수 없이 좌측차선을 택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산운용회사와 같이 수익에서 운용수수료만 제하고 주는 경우가 다르겠지만,
    은행이나, 보험사, 그리고 자산운용사도 레버리지를 일으킨 경우....
    여타 많은 경우에 있어서 부채비용은 중요합니다.
     
    혹자는 말할 겁니다.
    고금리에 돈을 빌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냐고.
    이는 기업이 결정하기 보다는 시장이 결정하게 된다고.
     
    시장이 결정하게 되는 건 맞지만,
    시장이 정한 금리에 부채를 더 확대할 것인지 아닌지의 판단은 개별기업이 하게 됩니다.
     
    결국...
    리스크 관리의 가장 중요한 것은 수학이나 통계가 아닌
    기업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선택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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