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가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다음 꺼 타자." 옆에 서있던 사람이 친구에게 말합니다.
"급행도 고속버스터미널 가지 않아?"
친구가 묻자 그 사람은 대답합니다. "가긴 하지만 더 비싸."
"더 비싸?"
"그럼. 원래 급행은 완행보다 비싸잖아."
남의 대화에 참견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날따라 그냥 나도 모르게 대화에 끼여들었습니다.
"저... 급행도 가격이 같아요."
그러자 비싸다고 했던 그분이 벌컥 화를 냅니다.
"아니, 이 사람이. 잘 모르면 가만히 있지."
"그게 아니라..."
"가격이 같으면 다 급행 타지 누가 완행을 타겠소?"
"그건 멈추는 역이 달라서..."
"그러니까. 급행은 더 조금 서니까, 더 비싸게 받아야지. 지하철 회사에서도 돈을 벌거 아니오?"
난 그냥 더이상 말을 하는 걸 멈췄습니다. 굳이 더 말을 해봤자 도움이 될 건 없었기에. 그 사람의 친구가 묻습니다.
"그럼 얼마나 더 비싼데?"
"내가 보니 2역 정도 건너 뛰는 걸로 봐서는 한 2배는 되겠지."
나름대로 논리를 세우고 있는데 참 독특한 논리입니다.
그냥 두 사람은 완행을 타라고 놓아두고 지하철에 타면서 문득 나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10년 넘게 똑같은 일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하며 자연스레 나만의 논리가 생겼습니다. 자신만의 논리는 필요하지만, 그게 위의 그 사람과 같은 나만의 독특한 논리는 아니었나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자기자신은 나름대로의 논리로 그럴듯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건 아니다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