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메모] LG전자
구본준 부회장의 취임. LG전자는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중원을 차지하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일단 CEO 교체와 맞물려 단행된 인사는 '마케팅'보다 '기술'을 강조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특징을 잘 반영했다는 평입니다.
LG전자 핸드폰 사업부의 위기는 2005년 초콜릿폰으로 올라갑니다. 무게 중심을 기술에서 마케팅으로, 제조에서 디자인으로 옮겨 큰 성공을 거둡니다. 2007년 프라다폰으로 다시 한번 디자인 LG를 이루어 내(었다고 자평하)지만 프라다폰이 히트를 칠 무렵, 디자인과 마케팅으로 쏠린 LG전자의 핸드폰 사업부에 문제가 있음이 감지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보면 '중원을 취한 자가 천하를 얻고 천하를 얻으려면 절대 하남을 양보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이 생긴 것은 구체적 지명을 의미했지만, 꼭 중원과 하남이라는 특정 지역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삼국시대 위나라 조조가 천하를 주름잡았던 것도 천자가 있는 하남과 하북을 차지하였기 때문이고, 수나라의 멸망 후 군웅할거 시대에 이연과 이세민 부자가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도 장안성에 먼저 들어가서 중심을 차지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중국 역사를 언급하는 이유는 바로 핵심을 차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역사에서 차지해야할 핵심적 위치는 천자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장소가 다소 변하기는 했지만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발을 디딜 생각을 누가하느냐가 패권 다툼의 중요한 변수가 되었습니다.
전자업종에서 핵심은 지리적 위치가 아닌 '기술'입니다. 그리고 기술은 바로 빠른 변화를 타고 있어서, 찾기도 어렵습니다.
LG전자는 기술 보다 디자인과 마케팅을 앞세우며 중원을 취하기 보다 변방에서만 힘을 쏟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 와중에 마인드도 마인드지만 기술에서 변화의 흐름도 놓쳤습니다. 마치 예전에 S가 핸드폰을 작게 만들기 경쟁에서 승리하였지만, 카메라와 같은 기능성 제품으로 흐름이 옮겨 가며 회사 문을 닫을 상황으로 몰렸던 것과 같이 스마트폰으로의 흐름을 놓쳤습니다.
물론 LG전자 사람들은 말합니다. 몰랐던 것도 아니고 기술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고. 다만 차별화를 하고자 하는 장인정신 때문에 (조금) 늦어졌던 것 뿐이라고.
LG전자의 그런 비슷한 말은 1998년에도 있었고, 그 전에도 있었습니다. 기술은 최고이고, 삼성보다 신제품은 먼저 만든다. 다만 문화가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니 삼성이 판매를 하고 나서 출시할 뿐이다. 삼성이 신제품을 내놓으면 며칠 안에 LG도 출시하지 않느냐.
그 말이 사실인지 내부사정까지 알 수는 없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삼성 따라하기를 하다가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대응하면서 LG는 더욱 늦어진 모양새 입니다. 기술에서 변화를 주도하기는 커녕 따라가기도 못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술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애플과 비교할 경우, 뒤늦게 따라가는 초라한 삼성과 그 보다 더 느린 LG의 모습은 보기에 안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스마트 TV 시장에서도 시작부터 밀리고 있습니다.
이는 스마트폰 모델 몇개의 문제가 아닌 LG전자 문화 전반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러기에 CEO를 교체한 지금 이제라도 중원을 향하는 LG전자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