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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의 2
    손 가는 대로/그냥 2021. 1. 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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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2

    '1%가 아닌 99%를 위한 경제'에서 폴 애들러는 무엇을 어떻게 생산할지를 시장 경쟁에 맡기지 않고, 민주적으로 함께 결정하는 방식을 민주사회주의라 부르며, 부작용이 커져만 가는 자본주의의 대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해 돌아가는 것이 아닌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목표를 함께 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자원을 관리하는 것이죠.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기업의 관리체계가 이익만 추구하며 의사결정체계는 가장 비민주적인데 이 부분을 민주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폴 애들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시 체제화를 희망이 되어줄 모델로 봅니다. 하지만, 미국 밖에서 전세계가 전쟁에 휩싸여 있었던 시기를 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사실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전쟁이라는 긴박한 상황 하이었고, 다른 나라들은 전쟁터로 변해있어서 전시에 동원되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자가 없었습니다. 또한, 전시는 정부가 주도하고 산업시설이 군수품 생산을 위해 동원되는 사회주의적 요소가 강해지지만,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민주주의적 요소는 약해집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민주사회주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이름을 어떻게 부르든 공공적 성격을 지닌 기업의 민영화나 사유화에는 저도 반대합니다. 민영화를 추진할 때면 찬성론자들은 언제나 시장경쟁체제를 통해 서비스를 높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일반적으로 공공적 성격의 기업들은 민영화가 되어도 시장 내에서 독점이나 과점형태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서비스는 좋아지지 않고, 가격은 오르고, 고용인원은 줄어드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들이 있어도 폴 애들러의 민주사회주의에 동의하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단지 민주사회주의가 너무 급진적인 주장이어서만은 아닙니다.

    민주주의나 독재정치, 자본주의나 공산주의가 모두 이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치사상이나 경제사상의 문제가 아닌 인간의 한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공동체에서는 민심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이상적인 민주주의도 가능하고, 반대로 선하고 능력있는 제왕에 의한 이상적인 독재정치도 가능합니다. 각자 자신의 능력에 맞는 분야에서 생산을 하고 서로가 필요한 것을 사고 파는 이상적인 자본주의도 가능하고, 공동생산과 공동소유를 하며 차별이 없는 이상적인 공산주의에 가까운 사회가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가능하다는 것이 꼭 그렇게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거대 공동체가 되면 가능성은 멀어집니다. 소수의 개인이 탐욕을 드러내도 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합니다. 민주주의는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독재자는 자기욕심만 채우고 공포정치를 강화합니다. 자본주의는 자본의 쏠림현상을 강화하고, 공산주의는 다같이 가난해집니다. 그 속에서 어느 제도이든 권력과 부가 소수에 집중되며, 양극화는 심화되죠. 이상적 제도는 100명 중 99명이 선한 의지로 따르더라도 그렇지 않은 단 1명에 의해 깨질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폴 애들러의 민주사회주의 역시 그러한 한계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국영화된 기업들을 통해서 국가를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처럼 운영하자는 것인데, 거대 공동체에서 '민주적'이기 위해서 생기는 대리인 문제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담그는 것 마냥, 그렇다고 민주적이기를 포기하자는 것도, 공동체를 작은 공동체로 강제로 쪼개자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사상이든 사상에 몰입하고, 사상을 절대 신봉하는 순간, 자신이 선택한 사상을 지키기 위해서 그 사상의 문제점은 중요하지 않은 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상이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그 사상을 택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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