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서손 가는 대로/그냥 2023. 2. 3. 23:47728x90
용서
얼마 전 추신수 선수가 미국에서 한국 야구계를 걱정하는 듯한 말을 하다가,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는 말을 해서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딱 그 한 문장때문만은 아니긴 하지만요.
용서가 강요되는 사회
용서는 미덕일 수 있습니다. 어렸을 적에 그렇게 배우기도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성범죄나 학교폭력 같은 경우 피해자는 상처를 평생 지니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건을 가장 잊고 싶은 건 어쩌면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잊기에 너무 큰 상처이기에 안 잊는게 아니라 못 잊는 겁니다. 그런데도, 피해자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건 그 자체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가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그것이 강요를 위한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용서를 쉽게 못하는 사회보다 더 안 좋은 건 용서를 강요하는 사회일지 모릅니다.
미국인들은 용서를 잘 할까?
그렇다면, 추신수 선수의 말대로 미국인들은 용서를 잘 하고, 한국인들은 용서를 못하는 사람들일까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잘 모르겠습니다. 매우 주관적인 부분이니까요.
그 말에 동의를 하는 건 아니지만, 문득 예전에 미국에 사는 어떤 사람이 해 준 말이 떠오릅니다.
A와 B는 같은 반인데, 어느 날 힘이 센 A가 자기보다 약한 B를 10대 때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지나가던 선생님이 그걸 보았죠.
이때, 선생님이 A가 잘못했다고 아주 약하게 한 대 살짝 건드리듯이 때리고는, 이러면 둘다 똑같으니 끝난 일이라고 말하면 B의 마음에는 여전히 앙금이 남게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A가 잘못했다고 100대, 그것도 아주 세게 때리면 B는 A가 안 되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지나치게 가볍게 단순화한 예이기는 하지만, 하려는 이야기는 명확합니다. 사적 보복이 없고, 용서를 잘 하는 사회가 이루어지려면, 피해자가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분은 미국인들이 용서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미국에서 법적 처벌이 더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실수, 실패 그리고 범죄의 구분
미국이 용서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이는 또다른 이유는 강력한 처벌 외에 실수와 범죄를 나눠서 보기때문이라는 설도 있죠.
미국에서는 실수와 범죄를 나눠서 단순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용서를 잘 하고,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히 처벌하기에 용서를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음주 후 성폭행을 한 사건에서 가해자의 변호사는 가해자가 술때문에 '실수'했다며 선처를 호소하기도 하는데, 그런 건 실수가 아닙니다. 술에 취했든 아니든 안 해야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하는 건 실수가 아닌 범죄이죠.
실수란 설겆이 하다가 미끄러져 접시를 깨뜨리는 것처럼 해야하는 일을 하다가 잘못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사업에 실패했을 때 다시 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실패에 대한 용서이고요. 미국의 스타트업들이 미래산업을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하죠.
용서도 자본에 따라
미국은 용서를 잘 하는데 우리는 용서를 잘못한다는 추신수 선수의 주장에 대한 또 다른 의견은 자본주의적 용서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무의식 중에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 더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특히, 미국에서는 더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말하더군요. 미국이 용서를 잘 하는게 아니라 추신수 선수가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추신수 선수가 잘못했을 때에 사람들이 더 관대했을 거라는 것이죠.
위의 이야기들은 다 각자 말한 사람들 개개인의 생각일뿐 실제 그런지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정도일뿐 절대적이거나 정확한 평가나 분석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미국은 용서를 잘 하고, 한국은 용서를 못한다는 추신수 선수의 생각 역시 그저 수많은 생각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을 뿐입니다.
미국의 라디오에서 사실이 아닌데 사실인 양 단정적으로 말했다면 그에 따른 비난 역시 감수해야 하겠죠.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