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책임은 자기가 질 수 있는 범위를 아는 데에서 시작된다.
예전에 한 분이 해주신 말씀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책임지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만나게 됩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하는 순간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않은 채 시한을 넘기거나, 중요한 보고는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하게 해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은 보고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는. 그런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순간 그 태도만으로도 피곤해집니다.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위치에 있거나, 책임질 생각이 전혀 없으면서도 일단 모든 걸 다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피곤한 일입니다. 말로는 다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하지만 책임질 생각이 없는 건 전자와 다를 바가 없으니.
이 말을 해주셨던 그 분은 책임과 관련된 그런 자세들이 개인의 성향도 있기는 하겠지만, 그룹별, 회사별로도 차이가 난다고 하셨습니다.
예를 들면, D사나 H사의 경우 책임질 수 없어 보이는 일도 책임지고 하겠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면 양사가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데 H사는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기 일쑤며, D사는 이해가 안 갈때도 있기는 하지만 어찌되었든 해낸다고 합니다. 바로 그 일만 보면 일하기 가장 편하다고 합니다. 훨씬 뒤에 보면 더 큰 문제였다고 밝혀질 때도 없진 않기에 길게 같이 가기에는 부담스럽지만.
S사는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칼 같이 구분한다고 합니다. 인간미가 안 느껴질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같이 일하기 가장 편하다고 합니다.
L사는 분명히 저 정도는 담당자가 책임질 수 있는 일 조차도 책임질 일을 안 벌리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지연되고 답답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와 제가 다니는 회사는 어떻게 보일까요?
그분은 그 질문에 그냥 웃고 넘겼습니다만. 우리도, 저도 어떤 모습으로든 만들어낸 이미지가 있을 겁니다. 우리 개개인들은 자신이 질 수 있는 책임의 범위를 아는지, 그 안에서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는지.
그 이미지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기도 할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제 보다는 오늘, 오늘 보다는 내일의 이미지가 좀 더 좋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