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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리덕스 (2022)눈 가는 대로/[영화]영화 2022. 11. 12. 09:27728x90
한산 리덕스 (Hansan: Redux, 2022)
사실 요 며칠 피곤했습니다. 피곤이 쌓여있는데 그래도 보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서둘러 극장으로 향했죠. 쇼케이스 본다고 저녁도 안 먹었습니다. 쇼케이스와 영화 시작 사이에 팝콘이라도 먹을까 했는데 줄이 길어서 포기.
그냥 영화관에 들어가서 편하게 앉아 영화를 기다리고 있다 보니 졸렵기 시작합니다. 영화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너무 욕심을 냈나 싶기도 했죠.
그런데, 이런. 무대인사를 한 감독님과 배우님들이 인사 후 같이 영화를 볼 거라고 합니다. 자리도 근처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마냥 좋았겠지만, 이순간만큼은 영화를 보다가 졸면서 코라도 골게 되면 저분들한테 미안하겠다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내가 피곤해서 조는 건지, 영화가 지루해서 조는 건지 알 수가 없을테니.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첫 장면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한산은 제목 그대로 한산도대첩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한산도대첩, 명량대첩, 노량대첩) 중 하나이자, 임진왜란의 3대첩(한산도대첩, 행주대첩, 진주성대첩) 중 하나이기도 하죠.
또한, 한산도대첩은 이순신 장군 3대첩 중에서도, 임진왜란 3대첩 중에서도 시기적으로 가장 앞서는 전투입니다. 임진왜란 초기에 계속된 패배로 사기를 잃고 있는 조선에 압도적 승리가 필요할 때에 벌어진 전투였습니다. 승리 자체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이기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승리하되 압도적이어야 했는데, 원하던 대로 압도적이어서 임진왜란의 향방을 빠꿀 불씨를 살린 전투였죠.
영화에서도 압도적 승리가 필요하다는 말이 대사로 직접 언급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전투장면에 잘 담아내죠. 압도적 승리이면 영화로 표현하면 시시하게 보일 수 있는데, 전투의 결과는 압도적 승리이지만 과정은 긴장감있게 잘 표현했습니다. 역사나 전쟁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전투를 꽤 디테일하게 재현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또한, 신파와 애국심, 국수주의적인 등 인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요소들을 덜어낸 것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졸리고 배고픈 사람이 졸음과 배고픔을 잊고 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상영시간이 151분으로 꽤 긴 영화였음에도.
한산 리덕스는 한산: 용의 출현(2022)의 감독 확장판으로 용의 출현 보다 20분 넘게 추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영시간이 길죠.
들은 바로는 용의 출현 보다 해전 장면이 더욱 보강되어서 웅장하고 실감난다고 하고, 서사가 보강되었다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추가되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사실 몰라도 되죠. 리덕스를 볼 때에는 리덕스에만 집중해도 되니까.
상영시간이 길지만 그렇게 긴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군더더기 같은 장면들도 거의 없습니다. 그런 걸 보면 용의 출현을 편집하면서 감독님의 고민이 많았을 것 같고, 감독 확장판을 만들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한산 리덕스도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한산이 명량보다 나아졌고, 리덕스가 용의 출현 보다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몇몇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건 아닙니다. (관객도 좋아하겠지만) 감독과 배우분들 역시 보면서 뿌듯해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728x90'눈 가는 대로 > [영화]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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