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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토커의 변명
    손 가는 대로/그냥 2022. 12. 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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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커의 변명

    A를 스토킹하던 스토커 B는 스토킹한 이유를 자신은 A를 좋아하는데 A가 자신의 연락을 안받기 때문에 그랬었다며, 자신이 잘못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연락을 안받은 A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C를 스토킹하던 스토커 D는 스토킹한 이유를 자신이 C에게 연락을 했을 때 C가 잘 받아주어서 C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 알아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연락을 잘 받아주었던 C가 잘못한 거라는 거죠.

    연락을 받았든 안 받았든 상대방 잘못도 있다는 거죠.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둘 다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는 생각을 할 겁니다. 잘못한 것은 스토커이지 스토킹 당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변하지 않죠. 하지만, 스토커들은 스토킹한 게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정말 그렇게 믿기도 하고, 아니면 변호사의 조언을 들어서 형량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가해자가 능력있는 변호사를 구하면 (비록 위와 똑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어쨋든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는) 말도 안되는 주장이 재판과정에서 일부 받아들여 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위의 사례는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예이지만, 그럴 듯하게 포장하거나 복잡하게 꼬여 있더라고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어떤 행동을 했어도 가해자가 마음 먹은 이상 가해자의 행동은 똑같았을 상황인데도, 피해자의 행동이 오해를 살만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판사가 판결에 반영하는 것이죠. 그리고, 가뜩이나 최고형을 선고해도 범행의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은 상황인데도, 오히려 법원은 피해자도 일부 과실이 있다며 감경사유로 삼게 됩니다.

    사시 폐지와 법학전문대학원이 나오게 된 것은 십몇년씩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사시에만 매달리는 사시 폐인이 사회문제가 되어서 그런 이유도 있기는 하지만, 사회와 연을 끊고 법률 공부만 한 사시합격자들이 판사와 검사가 되다 보니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과 그 사람들의 사고에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를 모르고 법만 아는 고시생들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률에 대해 익히고 법조계로 진출하면 사회통념과 괴리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죠.

    하지만, 법학전문대학원이 사법적 정의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나 평범한 일반인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운영되면서 사시의 단점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이 법학전문대학원을 가고, 그곳을 나온 사람들이 법무법인에 가서 돈을 많이 벌거나, 판사나 검사가 되어서 권력을 쥐는 소위 말하는 있는 자들의 되물림이 되어 버린 거죠. 

    현명한 왕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솔로몬 왕을 말하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솔로몬의 판결을 떠올릴 겁니다. 판결 자체의 옭고 그름을 떠나서, 그만큼 옳고 그름을 다투는 재판의 판결은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중요합니다. 

    사법부의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재판관의 자질, 판결과 사회 통념의 괴리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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