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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가는 대로/그냥 2015. 7. 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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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1.
    A와 B가 농사를 하면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땅 사이에는 돌 투성이의 척박한 땅이 놓여 있었습니다. 어느 날 A는 B에게 물었습니다. 그 땅이 B의 땅인지. 그리고 A가 그 땅에서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

    "내 땅은 아닌데. 어차피 누구의 땅도 아니니 농사짓고 싶으면 농사 지어."

    인심쓰듯 말하는 B는 생각했습니다. 저런 땅에 누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겠냐며.

    A는 매일 그 돌밭에 나가서 돌을 고르고, 땅에 양분을 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땅은 비옥해졌죠.

    그러자 B가 말합니다. 어차피 A 땅이 아니니 자기도 그곳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농사를 지어보니 수확량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그런데 A의 농작물과 B의 농작물 경계가 애매해집니다. 그러자 B는 다시 말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땅은 '원래' 자기 땅이었다고. 앞으로는 자기만 이 땅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2.
    오래된 우화 중 낙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밤이 되어 천막을 쳤습니다. 한 명만 잘 수 있는 작은 천막. 밤이 되어 추워지자 낙타는 안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했습니다. 낙타 주인은 말했죠.

    "이곳은 너무 좁아 둘이 잘 수 없단다."

    그러자 낙타는 말했습니다. 너무 추워서 그러니 머리만 좀 넣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주인은 밖의 날씨도 추우니 머리만이면 괜찮겠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지나자 낙타는 말합니다. 너무 추워서 잠이 안오니 앞발도 좀 넣게 해달라고. 이번에도 주인은 그러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낙타는 천막 안으로 들어오고 주인은 쫓겨나고 맙니다.

    그제서야 주인은 말하죠. 저 천막은 '원래' 내 건데.

    3.
    C와 D는 벽을 맞대고 있었습니다. C의 마당에서 자란 복숭아 나무 한 그루가 무럭무럭 자라더니 가지가 담을 넘어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느날 C의 종이 넘어간 복숭아를 따려다가 D의 종들에 붙잡혀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C의 아들은 D의 집으로 찾아가서 D의 집주인 방안으로 손을 불쑥 집어넣었습니다.

    뭐하는 짓이냐며 꾸짓는 D에게 C의 아들은 말합니다. 이 손이 대감님의 손인지 자신의 손인지.

    그리고 그 말에 D는 생각합니다. 담을 넘어온 복숭아는 '원래' 누구 것인지.

    4.
    한 젊은이가 사고로 목숨을 잃고, 거액의 보험금이 발생합니다. 입양되어 생부 생모가 누군지 모르고 자란 그. 하지만, 거액의 보험금 앞에 생모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원래' 자기 아들이었으니 자신이 법정 보험금 수령인이라고.

    위 이야기 중에는 공감하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공감 여부를 떠나 서로 관련없어 보이는 이야기들. 공통점이라면 '원래'라는 것이 의미가 있냐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고나 할까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 선량한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뒤섞여 삽니다. 그러다 보니 원래 그렇다는 건 의미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때로는 그냥 그대로 있기를 원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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