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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록과 기억
    손 가는 대로/그냥 2024. 5. 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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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과 기록

    기억은 기록을 이길 수 없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기억력이 좋은 사람의 기억이라고 하더라도, 기억은 왜곡되고, 오염될 수 있기에 기록보다 정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위의 말을 생각하게 만드는 일들을 연 이틀 겪어야 했습니다.

    한 사람은 내가 들은 기억이 없고, 기록도 없고, 후속 조치를 한 내역도 없는 건에 대해 비난을 하였죠. 자신은 하라고 했다는 겁니다. 나는 기억도, 기록도 없는데, 그 사람은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었죠.

    또 한 사람은 내가 그렇게 말했다는 겁니다. 이메일이나 카톡에는 다르게 적혀있고, 나는 그런 말을 할 이유도, 한 기억도 없는데, 그 사람은 말했죠. 이메일과 카톡은 모르겠고, 내가 구두로 그렇게 말했다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논쟁

    난 기억에만 의존한 논쟁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A와 B가 서로 다른 기억으로 논쟁을 할 때, 기록이 없다면 논쟁은 결론없이 이어집니다. 혹시 누군가가 이기게 되더라도, 이기는 쪽은 더 정확한 기억을 하는 쪽이 아닙니다. 있었던 일에 대한 정확함과 상관없이 더 목소리가 크고, 더 뻔뻔한 사람입니다.




    AI의 거짓말

    AI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AI의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거짓말 역시 화제거리가 됩니다.

    하지만, 꼭 AI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요?

    AI가 제한된 데이터로 추론하면서 없는 데이터를 가상으로 만드는 거짓말을 합니다.

    인간은 AI와는 다르지만, 자신의 기억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왜곡, 변형시켜서 저장하게 되죠.

    인간이든, AI든 자연스러운 거짓말을 할 수 있 습니다.




    을의 기록

    인간의 기억은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기록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편안한 사적인 대화조차 모두 기록 또는 녹취를 하고, 나중에 그것을 근거로 말한다면, 상대가 보기에는 비인간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 수도 있죠.

    을의 기록인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한 상황에서 갑이 자신의 잘못된 기억에 의존해서 화를 내고 있을 때, 을이 기록을 보여주며 갑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정정할 수 있을까요?

    아마 을이 그렇게 한다면, 갑의 거의 대부분은 기록한 행위에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그 기록이 잘못되었다며 더 화를 낼겁니다.




    기록의 한계

    기록의 또다른 한계는 기억보다는 나을 수 있지만 기록 역시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기록 자체가 정확하더라도 인용자의 입맛에 따라서 발췌, 수정될 수 있죠.

    하드카피 데이터이든, 디지털 데이터이든 위변조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한계이죠. 물론 위조나 변조를 적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만, 위조와 변조를 하는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의 기록은 하드카피 자료도 수기가 아닌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한 출력물인 경우가 많고, 녹취도 원본은 디지털 데이터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AI 기술이 발전하면 디지털 데이터의 완벽한 위변조가 가능하게 되죠.




    불완전한 세상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기억도, 기록도 확실하게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될 겁니다. 개인 간 일이야 조금 억울해도 그러려니 넘어갈 수는 있겠죠.

    더 큰 문제는 기억도, 기록도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발생한 범죄는 입증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점입니다.

    돈이든, 권력이든, 기술이든 디지털 강자는 얼마든지 증거를 무력화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울 증거를 만들어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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