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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디즈니 OST 콘서트귀 가는 대로/[음악]기타 2024. 6. 10. 06:13728x90
지브리&디즈니 OST 콘서트
일시: 2024년 6월 9일(일) 오후 7시
장소: 롯데콘서트홀
일본의 지브리나 미국의 디즈니 등에서 나오는 애니메이션들은 단순히 어린이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습니다. 어린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다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이 많고, 내용도, 작품성도, 완성도도 뛰어나죠.
그런 작품들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 중 하나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삽입곡들일 겁니다. 애니메이션의 감동을 극대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을 떠나도 곡 자체만으로 주옥같은 명곡들이 많죠.
최근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곡들만으로 콘서트도 열립니다. 애니메이션 곡 콘서트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은 역시 지브리와 디즈니가 아닐까 싶습니다. 지브리만으로도, 디즈니만으로도 콘서트가 열릴 정도로 좋은 노래들이 많죠.
이번에는 최영선 지휘자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전반부는 지브리, 후반부는 디즈니 작품의 OST 곡들로 채워져서, 지브리, 디즈니 둘 다 좋아하는 사람도, 둘 중 하나의 작품만 좋아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최영선 지휘자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는 몇 번 공연을 듣고 나서, 믿고 듣게 되죠. 그동안 최영선 지휘자와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은 클래식 연주만 들어봤고, 애니메이션 OST 콘서트는 처음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과는 다른 애니메이션 음악들을 어떻게 오케스트라가 연주할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콘서트의 시작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1984)'에 나오는 Bird Man이었습니다. 시작부터 예전에 보았던 애니메이션 속 장면들이 떠오르네요. 잘은 모르지만, 첫 곡과 마지막 곡은 특히 더 신경써서 선곡하고 편곡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어진 '이웃집 토토로(1988)'의 Stroll은 귀여운 음악입니다. 곡 자체가 애니메이션에 맞게 귀여운 곡인데, 전체 공연의 앞부분에 등장하기 좋은 곡이죠.
그리고, '마녀배달부 키키'와 '천공의 성 라퓨타'의 음악이 하모니스트 이윤석과 협연으로 이어집니다. 오케스트라와 하모니스트의 협연을 직접 들은 것은 처음이었는데, 음악 분위기와 잘 맞는 밝고 경쾌한 연주였습니다.
그 뒤로 작품 자체의 무게가 있는 '모노노케 히메'의 곡이 이어지면서 웅장한 분위기를 오케스트라로 담아내죠.
김회진 바이올리니스트, 조세형 색소포니스트 등의 협연으로 이어진 다른 곡들도 좋았습니다. 특히, 조세형 색소포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면서는, 학창시절 색소폰의 매력에 빠져있던 친구들이 떠오르더군요. 친구들과 달리 저는 당시에는 색소폰이 그렇게 매력적인 악기라는 걸 몰랐는데, 듣고 있으니 왜 그때 그 친구들이 그렇게 색소폰에 빠져있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1부의 마지막은 '이웃집 토토로'의 Ending theme이었습니다.
다시 토토로로 돌아와서 1부를 마무리 하였는데, 귀엽고 익숙한 음악을 오케스트라로 들으니 색다르면서도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1부 끝나고 화장실을 갔는데,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며 토토로 엔딩곡을 흥얼거리는 사람이 몇 명 있더군요. 제 느낌이지만 흥얼거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흥얼거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흥얼거리는 듯 보였습니다.
2부는 디즈니 곡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2부는 개봉 당시 관객들이 엄청난 반응을 보였던 겨울왕국 음악 메들리로 시작하였습니다. 겨울왕국에 빠져있던 사람들이라면, 2부 시작과 함께 바로 공연 속으로 빠져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1부와 차이나는 것은 2부에는 뮤지컬 배우인 김수 배우의 공연도 있다는 점이었죠.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뮤지컬 형식의 작품들이 많기 때문일 겁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연주 중 별도로 설명이 없으며, 어떤 곡인지 궁금하면 틈틈이 프로그램 북을 봐야 합니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분이 나오니, 본인이 부른 곡이 어떤 곡인지 알려주시고, 인사말도 해 주셔서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는 관객과의 호흡이 공연의 일부가 되기도 하지만,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겨울왕국 뿐만 아니라, 포카혼타스, 코코,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모두 음악도 좋고 작품들도 유명한 작품들인데, 오케스트라까지 뒷받침해 주니 몰입하기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곡 모아나 중 How Far I'll Go는 주인공 모아나가 용기를 내서 떠나려는 가사여서 마지막 곡으로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김수 배우가 다른 곡들은 영어로 불렀지만, 모아나는 한글로 불렀습니다.
(How Far I'll Go가 진짜 마지막 곡은 아니었지만요.)
클래식 공연 보다 전체적인 공연 시간도 짧기도 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해도 유난히 금방 끝난 듯한 느낌이 들었던 공연이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데 근처에 있던 커플 중 남자가 계속 김수 배우의 노래를 계속 감탄하더군요. 반복해서 그러자, 여자가 시큰둥하게 말했습니다.
"뭐, 못 부른 건 아니지만, 뮤지컬 배우면 그 정도는 다들 부르지 않아?"
제가 그 여자의 마음 속을 알리는 없지만, 뾰로통한 그 여자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건 김수 배우의 노래가 뛰어나지 않았다는게 아니라, 남자가 공연 끝나고 나오는 내내 공연의 다른 음악은 이야기하지 않고, 김수 배우 이야기만 하니까 약간 질투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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