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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해와 존중
    손 가는 대로/그냥 2024. 8. 19.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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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와 존중

    대학교 다닐 때이니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다. 모임에서 겉돌던 한 후배가 있었다.

    선배들은 그 후배가 어려우면서도 필요했기에 비주류의 주류라는 별명이 있던 내게 그 후배를 챙기도록 시켰다.

    나 역시 주류라고 할 수는 없기에 그를 주류로 끌어당기지는 못했지만, 지구 주위를 도는 인공위성처럼 붙들어 맬 수는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나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러자고 했다. 심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빈말도 아니었다.

    여행을 준비하던 도중 나는 그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당시 LGBT는 여전히 숨겨야 했기에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있던 그 후배를 이해는 했다.

    소수로서 그의 성적취향이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다수로서 나의 성적취향 역시 존중받아야 했다.

    그가 진짜 원하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와 가기로 했던 여행은 깨졌다. 그는 모임도 나오지 않았다.

    선배들은 그가 왜 나오지 않는지 이유를 내게 물었지만 나는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후배를 잘 챙기지 못했다고 한소리를 듣고 말았다.

    ***

    성소수자도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성다수자도 존중받아야 한다. 어느 한쪽에 무조건 양보와 배려를 요구하면 안된다.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험이 필요한 건 아니고, 다른 사람에게 권하거나 강요해서는 안되는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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