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만남
우연히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때로는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만화영화나 영화에서 보면 그러한 만남들이 많이 나타난다. '오! 나의 여신님'에 나오는 케이이치가 베르단디를 만나는 장면, '핸드 메이드 메이'에서 카즈야가 메이를 만나는 장면, 전영소녀에서 요타가 아이를 만나는 장면 등.
길에 가는 도중 나도 한 여인을 우연히 만났다. 만화에서 처럼 환상적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그런 만남을 바라지도 않고. 그 살마은 내게 지하철 역이 어디냐고 물었다. 지하철 역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냥 계속 앞으로 가기만 하면 되었다.
"앞으로 5분 정도만 더 가면 되요."
그러자 그 여자는 그 근처에 중고책 방이 있냐고 묻는다. 글쎄 그런 걸 본적은 없었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이 근처에 살지 않은가 보라고 웃는다.
"그런데 학생이세요?"
순간, 이 여자의 정체를 알 것 같았다.
"왜요?"
"아니, 그냥 너무 친절하시고, 인상도 좋으셔서요."
확신이 선다. 이 여자는 처음부터 길을 묻기 위해 말을 걸었던게 아니었다. 아마도 이런 말을 하려 했겠지. '도(道)를 믿으세요?' 아니면 '좋은 기(氣)가 넘치네요.'
나는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냥 말을 걸면 이제는 왠만한 사람들은 거들떠 보지 않으니, 자연스레 길을 묻는 척 하며 접근하기. 그런 사람들을 보며 화가 난다. 저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나중에 정말 길을 묻고자 하는 사람들이 길을 묻기 힘들어 질 것 아닌가. 비록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게 사람의 선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