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04
2003년에 본 엘지 vs 삼성
시장 참여자로부터 들었던 이야기 입니다. 이부분은 계열분리는 했어도 엘지라고.... 제 눈치를 보느라(?) 말들을 조심스럽게 했고.... 그것을 전하는 저도 조심스럽습니다...... 회사나 다른 사람에 대한 비난 목적이 아님을 분명히 하고 읽어보시기를.... 엘지그룹에 대해 애정이 없으신 분도 있고, 많으신 분도 계시겠지만....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받아들이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끄적여 봅니다.
결론적으로 엘지그룹에 대한 시장의 의견은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이는 단지 엘지카드나 하나로통신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1) 엘지의 인화 vs 삼성의 시스템 = 스타경영 vs 시스템 경영?
인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인화가 시스템을 붕괴시킬때 이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엘지카드가 그 대표적인 예라네요..... 두고두고 경영학 교과서에 나옴직한..... 사실 엘지카드의 시스템은 삼성카드보다 우월했답니다. 그러나 분위기 자체가 인화에 치우친 엘지는 시스템을 가동시키기 보다 한명의 스타에 의존한 경영을 고집했고 결국 위기 발생시 시스템은 작동할 수 없었답니다. 반면 삼성카드는 2002년 이건희의 욕먹지 않는 삼성론때문에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며 엘지카드의 시스템을 따라가 위기 발생전부터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답니다.
2) 엘지의 인화 vs 삼성의 시스템 = 다양한 집합체 vs 하나의 유기체?
시스템과 관련한 또다른 예는 양그룹의 경제연구소에서도 볼수 있습니다. 삼성경제연구소와 엘지경제연구원은 명실공히 양대 민간경제연구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분명한 차이가 있답니다. 삼성은 그룹내 모든 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경제연구소의 연구자료가 그룹전략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엘지는 연구자료 그 자체로 끝난답니다. 이러다보니 내용도 삼성은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연구가 주이지만 엘지는 학문적 수준에 머물러 읽기는 쉽지만 도움은 안되는 내용이 많다는군요... 개인적으로는 엘지자료가 이해하기 쉽던데... 제 수준이 못미쳐서 그런건지...-_-;
3) 엘지의 인화 vs 삼성의 시스템 = 집중 vs 전략?
인화로 대표되는 엘지는 강한 집중력이 있답니다. 어떤 특정한 상품에 집중하면 그 상품이 삼성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집중력이랍니다. 구조조정시 인원감축을 안하는 대신 생산라인에서 원가절감을 하겠다고 말하고는 원가를 2/3으로 떨어뜨린 건 경영학 수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게 다라고들 하죠. 이미 성숙기-쇠퇴기에 접어든 제품라인을 줄이지 못하고 그곳에서 필사적으로 원가를 낮춰봤자 얼마나 실익이 있느냐는 거죠. 반면 삼성은 다음 세대를 위한 전략을 구성한답니다. 개별 제품에서는 엘지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도 종합적으로 1위를 굳히고 있는건 언제나 하나의 제품을 내면서 다음을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4) 엘지의 인화 vs 삼성의 시스템 = 보이기 좋은 비젼 vs 실천적 전략?
엘지도 비젼이 있습니다. 1998년 비젼2005를 내세웠고... 비젼과 전략이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러나 엘지의 비젼은 뜬 구름같은 경우가 많고 하나의 종합적인 추진력이 떨어진답니다. 비젼은 비젼대로, 그룹은 그룹대로, 개별사들은 개별사대로 따로따로이기에 대부분 흐지부지되는 반면 삼성은 그 모든것이 하나의 시스템 안에서 짜여지고 추진된답니다.
5) 엘지의 인화 vs 삼성의 시스템 = 안일 vs 준비?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를 언급하는 건 이러한 부분이 엘지그룹에 미치게 된 영향때문입니다. 하나의 체계적인 접근없이 자금조달을 하던 엘지는 조달방법을 다양화하기 보다는 은행대출위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회사채도 은행에게 파는 안일한 자세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감독원에서 공모회사채도 신용공여한도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하면서 은행들이 한도에 차게 되었습니다. 특히 산업은행이 한도에 찬게 가장 큰 타격이었답니다. 갑자기 자금줄이 묶이게 된거죠. 은행들은 CBO를 발행하며 엘지 회사채를 떨어내고 다시 사주기는 했지만.. 턱없이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답니다. 그나마 올해초에 데이콤은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금리가 안오를테니 좀더 보자며 버티다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도 하네요. 현재로서는 엘지전자는 해외에서 밖에 발행할 수 없는 상황이랍니다. 엘지전자가 국내 발행시 국내기관들의 한도가 꽈차서 데이콤이나 기타 엘지계열사들의 채권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투신사가 사주면 조금 나아지기는 하겠지만.. 이미 이 상황까지 이른 상태에 투신사가 선뜻 매입하지는 못하겠죠. 대우를 기억하고 있다면...
6) 잘못된 합병 = 늙은 조직과 젊은 조직
혹자는 문제가 엘지전자와 정보통신의 합병에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늙은 조직과 젊은 조직의 합병은 세대간의 갈등을 일으켜 정보통신 사람들을 다 떠나게 했답니다. 조금 과장하면...(혹자는 과장이 아니라고도 하고) 삼성을 제외한 휴대폰단말기 제조사들의 주축은 다 엘지정보통신 출신이라네요. 내부 사정이야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무리한 합병의 주된 이유가 오로지 대주주만을 위한 합병이었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7) 무리한 인수 = 통신서비스업
하나로통신 관련해서는 이곳저곳에서 말들이 많으니 이미 잘 알고들 있겠지만.... 하나로통신의 BM은 이미 자리를 잡아 인수하면 돈이 될 회사이기는 하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이미 엘지그룹은 돈줄이 거의 막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엘지텔레콤은 KTF에 팔아야 한다 (∵ 돈이 없고, LGT의 독자생존은 그룹에서도 물건너 갔다고 보고 있다네요.)
. SKT의 하나로통신 인수는 KT가 막을 것이다
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이 엘지그룹을 동일등급의 다른 회사채들과 수익률에서 차이를 만드는 이유고 엘지카드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엘지카드 피인수설이 나오는 이유라고 합니다.
그래도 엘지가 무너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대우도 현대도 SK도 그랬었죠... 믿고 싶지 않으니..
시장이 바라는 건 쉬운 것도 있고, 엘지로서는 차라리 BJR로 가겠다고 할만한 것도 있습니다.
1) 시장과의 친밀도입니다.
은행위주의 자금조달이 많다 보니 회사채조차도 시장보다는 은행에 넘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엘지카드의 IR도 내부적인 평가는 좋았을지 몰라도 시장은 시큰둥했고, 위기발생후 주기적으로 IR을 하는 타사와 달리 추가적인 IR도 없습니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마케팅을 해야지 팔수 있는 세상입니다. IR이 뭐가 중요하냐 좋은 회사는 (만약 엘지카드가 좋다면...) 자기네들이 알아서 사라는 식의 접근, 감독원이 하라고 하니 하는 의례적인 IR이 아닌 좀더 다가 설수 있기를 바랍니다.
2) 통신서비스 부분입니다.
이부분 그만두라고 하면 난리가 나겠죠.
원래 LG가 외국과 합작을 잘했는데.... 하나로통신 관련해서는 SK가 AIG컨소시엄과 손을 잡은 느낌입니다. 엘지로서는 LGT를 KTF에 넘기고 KT의 도움을 받아 SKT가 하나로통신 인수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LG 우호세력으로부터 외자유치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데이콤등 유선서비스 부분을 하나로통신으로 넘기는 시나리오가 있네요....
자금사정이 트인후 다시 가져오든 아니면 아예 넘겨버리든은 일단 유동성을 확보한뒤 다시 검토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3) 기업이미지 구축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미지 시대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엘지도 LG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던 거고요.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고도 하지만 무리한 1등을 위해 사회와 같이 가는 것을 포기하는 건 위험합니다. 소비자 주권이 커질수록 피치 못한 일로 발생한 문제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수도 있으니까요. 공익사업에 참여가 최근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슈입니다. 기업의 크레딧에 반영되어야 하는가.... 아직 기업과 신평사는 그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외국사례를 보는 애널리스트들은 중요하게 될거라 강조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언제나 몇년 앞서는 삼성에서 2002년에 욕먹지 않는 삼성이야기를 한것도 그 연장선상이 아닐까 싶고요..
4) 시스템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삼성은 차가운 분위기가 많습니다. 직원들도 숨이 막히는 조직이라 말하고요. 기업의 조직문화라는게 있느니 그렇게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닐 겁니다.
그러나 꼭 그렇게 삼성을 닮지 않더라도 각 개별부분이 유기적으로 협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겁니다. 그룹이란 시너지 효과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