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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김치
    입 가는 대로/기타 2020. 11. 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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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김치

    어느날 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두 여학생이 주고 받는 말이 들려옵니다.

    "아~ 파김치 먹고 싶다."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중학생 정도 될 것 같은 앳된 목소리. 햄버거나 스파게티가 어울릴 것 같은데, 파김치를 먹고 싶어하니 귀엽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학생은 하얀 백반 위에 파김치를 얹어 먹는 과정을 친구한테 이야기하는데, 앞에 걷고 있던 제 입에도 침이 고일 정도로 생생하게 표현을 합니다.

    TV에서 보면 한 컷이라도 더 나오려고, 좀더 과장하고, 화려한 미사어구나 튀는 비유로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거 전혀없이 그냥 따뜻한 흰 쌀밥 위에 파김치를 얹어 입에 가져가는 과정만 말하는데, 어쩜 그리 맛있게 말하는지. 그 학생이 얼마나 먹고 싶어하는지 느껴졌습니다.

    저 학생이 제 딸이었다면 당장 어디서든 파김치 맛집을 찾아내고 싶을 정도로. 내가 만약 음식 관련 프로그램의 PD였다면 그 학생을 당장 게스트로 캐스팅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둘다 아닌 관계로 그냥 뒤돌아 보지 않고 가던 길을 재촉했습니다.

    좀 뜬금없긴 하지만, 저런게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장도, 포장도 없어도 느껴지네 만드는 것. 모르긴 몰라도 그 학생은 무엇을 해도 잘 될거라는 더 뜬금없는 비약까지.

    저는 일반사람들 보다 주위에 관심이 없습니다. 길을 갈 때 남들보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더 적고, 그냥 길만 가는 스타일입니다. 그렇다고, 두 학생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아닙니다. 두 학생의 말을 엿들으려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비슷한 속도로 걷다보니 귀에 들어왔던 대화입니다.

    그나저나 갑자기 저도 따뜻한 밥에 파김치를 얹어 먹고 싶어졌습니다. 파김치 아니면 다른 김치라도...

    Image: 파김치 | Author: 백합이 | Source: Wikimedia Commons under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license


    아래는 Pixabay에 있는 다른 김치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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