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 (2020)

원더우먼 1984 (2020)
2020년에 바라본 1984년

원더우먼 두번째 영화인 원더우먼 1984(2020)는 코로나19로 많은 작품들이 개봉을 연기하는 와중에 개봉을 강행한 영화입니다. 원래 6월 개봉 예정이었으니 12월도 개봉이 연기된 것이었지만.

원더우먼 2가 아닌 원더우먼 1984로 제목을 달고 나온 만큼 사람들은 왜 1984년인가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고, 굳이 1984년일 필요는 없지 않냐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년 간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복고 또는 레트로에 대한 관심때문일 겁니다. 영화를 제작할 때는 코로나19를 예상 못했겠지만, 복고에 대한 향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더 커지고 있죠. 문화적으로나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시절에 대한 향수나 동경일 겁니다.

그 중에서도 1984년. 1984년은 영화 속에서 언급되지는 않지만, LA 올림픽이 열렸던 해입니다.

1979년 12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 군사적 개입을 하고, 이에 대한 항의로 1980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22회 하계 올림픽에 미국 등 66개국이 올림픽 불참을 선언합니다. 그리고,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있었던 23회 하계 올림픽에 소련 등 11개국이 불참하게 됩니다. 그 이후 1988년 서울 올림픽이 화합과 통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돋보이게 했죠.

다시 1984년으로 돌아와서 1984년은 미국과 소련,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극심했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승리는 미국으로 돌아가죠. 모스크바 올림픽과 LA 올림픽 둘다 정치문제로 얼룩진 반쪽짜리 대회라고 하지만 불참을 선언한 국가들의 숫자는 확연히 차이가 나듯이.

예전의 위상은 아니지만, 여전히 소련은 러시아로 건재하며 미국 기관과 기업에 대한 조직적 해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새로운 강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이 수년 내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 1의 강대국으로 올 라갈 것으로 전망하는 시점에 소련과의 대립을 이겨내는 과정에 있던 1984년은 미국인들에게는 의미있는 시점일 겁니다.

많은 이들에게 1984년은 LA 올림픽 보다 조지 오웰의 1949년 소설 '1984'의 시간적 배경으로 더 잘 알려져 있을 겁니다. 소설에서 1984년의 세상은 역유토피아, 디스토피아로 그려집니다. 소설이 나오고 나서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1984년을 종말론 처럼 디스토피아가 닥치는 암울한 시기로 생각했다고 하죠.

하지만, 실제 1984년은 미국에서 문화적으로나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기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소련과의 갈등은 적절한 긴장감을 불러넣으면서도 풍요를 누릴 수 있었던, 그리고 그 결과는 1991년 소련이 해체되며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고 할 수 있는.

소련도 이기며 한동안 유일의 초강대국의 자리에 서고, 조지 오월이 예상한 디스토피아도 이겨내고 풍요로움을 일궈낸 1984년은 미국인들에게는 승리를 의미하는 시기일 겁니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소비 위주의 미국 성장은 다른 나라, 특히 수출 주도형 국가들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돌아가게 되었죠.

이러한 1984년은 중국의 질주에 대한 위협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안하고 힘들어하는 시기에 돌아보고 싶은 시기일 겁니다.

원더우먼과 같은 수퍼히어로물이 그런 경우가 많은데, 1984년 자체도 역시 희망의 상징일지 모릅니다.

이유야 어떻든 미국인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희망이 필요한 시기이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