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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가는 대로/VC,신기사 2022. 3. 22.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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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점 효과

    검색엔진 기반 포털 사이트

    인터넷 초기에는 포털 사이트라는 용어가 많은 관심이었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쓰는 기능은 검색과 이메일 기능이었고, 다른 캐쥬얼한 기능들이 붙어있었습니다. 야후(yahoo)가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며 다른 기업들이 넘보기 어려울거라 생각했습니다.

    점점 잡다해지며, 당시 PC 및 인터넷 망에 비해 무거워지던 검색 및 포털 사이트는 구글의 등장으로 판도가 바뀝니다. 다른 검색 사이트와 달리 첫 화면이 검색창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단순한 모습이었죠.대신 검색에서 우월한 모습을 보입니다. 지금 보는 초거대 기업 구글의 시작이었죠.

    검색 엔진은 사이트와 개인과의 관계입니다. 실제로 선점 효과가 크지 않았죠. 몇번 검색해 보다가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보기 좋게 나타내는 곳을 다음부터 검색 1순위로 삼게 되죠. 영원할 것 같던 야후의 지배력은 바로 무너집니다.

    커뮤니티 플랫폼

    요즘 사람들은 잘 모를 프리챌(Freechal)이라는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다음 카페나 네이버 카페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였습니다. 이런 커뮤니티 플랫폼도 선점효과가 높습니다.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프리챌은 선점효과를 등에 없고 가입자가 1천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오르기도 합니다. 그것을 믿고 2002년 프리챌은 유료화를 추진합니다. 

    인터넷 사이트도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유료화를 해도 고객이 쉽게 떠나지 못할거다, 최대 커뮤티디 플랫폼이 프리챌이 시작하면 다른 곳도 따라올 거다라는 생각을 했었죠.

    어떤 식으로든 수익 모델이 필요한 건 이해하지만, 유사한 서비스가 넘치는 상황에서 혼자서 추진한 유료화는 사용자들이 바로 떠나도록 했습니다. 110만개의 커뮤니티는 40만개로 뚝 떨어지죠. 혹자는 우스갯 소리로 프리챌 덕분에 필요없는 커뮤니티들을 싹 정리했다고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리챌 같은 위상은 아니었어도 다음 카페도 1999년 시작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고, 다음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네이버가 준비 끝에 2003년 12월에 카페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후발 주자이지만 다음 카페를 앞서게 되는데, 네이버가 카페에서는 후발주자여도 이미 네이버 회원이 많았기 때문에 가능했고, 프리챌의 유료화가 네이버에는 도움이 되었다고들 분석합니다. 대규모로 프리챌을 떠나서 새로운 둥지를 찾는 사람들은 선발주자와 후발주자를 구분하지 않으니까요.

    회원수 증감을 분석해도 그렇고, 싸이월드의 게시판 이전 소프트웨어를 제공했던 점을 봐도 싸이월드가 가장 큰 수혜를 입었다고 나타나기는 합니다. 하지만, 성격을 보면 프리챌은 싸이월드 보다는 다음이나 네이버의 카페와 더 유사했습니다. 

    그후 프리챌은 재기를 하려고 했지만, 선점효과가 큰 만큼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오지 못했죠. 결국 2011년 1월 법원은 프리챌의 파산을 결정하고, 2013년 2월 프리챌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는 커뮤니티 플랫폼 보다 선점 효과가 컸습니다. 국내에서 카카오톡이 2010년 3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선점하고 나자 후발주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졌죠. 라인이 2011년 8월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국내에서 존재감이 미미하죠. 그것은 카카오톡이 압도적으로 더 좋아서가 아니라 이미 다른 사람들이 다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메신저는 혼자 바꿀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특히, 모바일 메신저는 PC메신저와도 차이가 있습니다. PC는 화면이 넓어서 메신저를 여러 종류 동시에 사용해도 크게 번거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은 메인 하나만 주로 쓰게 되죠. 텔레그램처럼 특정 목적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면요.

    거기에 단톡방까지 만들어지고 나면 떠나기 더 힘들집니다. PC메신저도 친구들이 있으니 쉽게 옮기지는 않습니다. 야후 코리아가 철수하고 나서도 한동안 채권 시장에서는 야후 메신저로 정보를 주고받고 거래를 했던 것처럼요. 그래도 모바일 메신저에 비하면 좀더 옮기기가 쉽습니다.

    모바일은 24시간 접속 상태여서 단톡방이 활성화 되어있는 상태에서 메산저를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정 목적으로 폭파시키고 다시 만들기를 반복하는 사람들 아니라면.

    하지만, 이 역시 완전히 못떠나는 건 아닙니다. 카톡 초기에 수익 모델로 유료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럼 다른 걸로 갈아타면 된다고 말들 했으니까요. 프리챌 식 유료화를 했다면 아마 사람들은 라인으로 옮겨갔을 겁니다. 카카오도 알았기에 그 이야기는 바로 들어갔죠. 선점 효과는 크지만, 당시 차별화할 수 있는 요인은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SNS

    2001년 미니 홈피로 떴던 싸이월드(CyWORLD)는 2007년에는 CNN에서 싸이월드를 한국의 앞서가는 IT 문화로 소개했을 정도로 당시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도 메타버스를 이야기 할 때 많이 언급됩니다. 미니 홈피가 가상공간처럼 있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게 꾸밀 수 있었고, 자신의 홈피에는 실제 생활 속 이야기를 올리는 라이프 로깅 기능이 있고, 일촌 기능이 있어서 서로 교류를 하였으며, 도토리라는 플랫폼 내 재화도 있었기 때문이죠.

    도토리는 돈을 주고 살 수도 있었고, OK 캐쉬백 포인트로도 살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도토리 구입을 위해 OK 캐쉬백 포인트도 모으는데 관심이 많았죠. 유료화로 프리챌이 망했는데, 사람들은 싸이월드를 꾸미는데 프리챌 연회비 보다 더 많이 쓰는 데에는 거부감이 없었죠. 효용이 달라서 그러기도 했지만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수익 모델까지 갖춘 싸이월드였지만, 이내 싸이월드는 내리막 길을 걷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모바일 시대에 대응이 늦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대응이 늦기도 했지만, 싸이월드의 사례를 분석한 사람 중 한 분은 SK커뮤니케이션즈에 피흡수합병된 이후 SK측의 행보는 싸이월드가 망하게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한 것 같은 총체적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시 싸이월드를 사용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탈회만 안했지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고 모바일 시대 이전에 이미 서서히 침몰하는 배같은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아직은 침몰하지 않아서 쉽게 다른 배로 옮겨가지는 못하지만 가라앉고 있는게 느껴지는.

    가장 큰 것은 돈을 잘 벌고 있었는데 투자를 안했고, 고객들의 불만이나 요구사항도 반영이 안되고 있었죠. 예를 들면, 모니터 해상도가 높아지고, 사진이 고화질로 바뀌었지만 미니 홈피는 컴퓨터 사양이 낮을 적의 낮은 해상도에서 유지되었습니다. 이용자들은 개선을 요구했으나 회사의 답변은 사용자 환경이 좋아졌어도 미니홈피의 낮은 해상도는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는 식의 이해할 수 없는 회사측 답변들이 돌아왔었죠. 해상도도 안따라가는데 모바일 환경에 잘 적응했을 리는 없었습니다.

    모바일 기반의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밀릴 수 밖에 없었죠. 

    트위터의 성공은 가벼움이었습니다. 초기 스마트폰과 네트워크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앱들은 계속 개발되서 나오고 있었는데, 아이폰을 제외한 초기 스마트폰에서는 제대로 불편없이 돌아가는 몇 안되는 앱이었습니다. 

    당시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게 가벼워지고, 글을 짧게 쓰는 문화가 있어서 트위터가 잘 맞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트위터를 쓰다보니 가볍고, 짧게 줄여 쓰게 된 것도 있었죠. 

    이유야 어쨋든 트위터는 기능적 우위보다 트위터라는 이유로 성공을 하죠.

    메신저는 얽혀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옮기기가 힘듭니다.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왠만큼 불편하지 않으면 굳이 옮길 생각을 안하죠.) 

    블로그는 주소만 알면 누구나 접속하는 오픈형 플랫폼이기에 사람때문에 옮기기 힘들다기 보다 올려놓은 자료가 아까워서 못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열심히 관리하는 사람들과 광고/홍보성 블로그들을 빼면, 애물단지처럼 되는 경우가 많죠. 

    클럽이나 카페 같은 커뮤니티 플랫폼은 선점효과를 누리는 것이 두가지 이유가 다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사람때문에 묶이는 것은 메신저만큼 강하지 않고, 자료에 대한 애착도 블로그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메신저처럼 다 묶여있지 않으니 필요한 동호회 사람들만 설득해서 옮기면 됩니다. 자료도 운영진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원들은 많은 자료를 올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의 흔적이 아니다 보니 오래된 자료 중에는 이미 더이상 필요없는 자료도 많죠. 선점효과는 있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불안정할 수 있죠. 프리챌이 순간에 무너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 역시 두가지 이유가 다 있습니다. 역시 메신저만큼 강하게 묶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엮여있는 사람들은 기존 플랫폼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누군지 모르는 채 새로 만나는 사람도 많고 헤어져도 아쉬울 것 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인들도 있기는 있지만, 기존 SNS에 자신이 옮기는 곳을 알리면 찾아올 사람을 찾아오게 됩니다. 보통 옮기게 되면 더 핫한 플랫폼으로 옮길테니까요. 자신의 삶의 기록들이 있지만, 블로그처럼 자료에 가깝기 보다는 휘발되도 상관없는 가벼운 기록들이 많습니다.

    선점효과가 분명 중요하고, 새로 빼앗는 것보다 유지하는게 더 쉽지만, 그렇다고 영속적이지는 않습니다. 지속적인 투자와 개발이 병행되어야 유지를 할 수 있습니다. 안그러면 싸이월드처럼 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를 이야기하려고 했던 건데 서론이 너무 길어졌네요. (가상현실 기반의) 메타버스는 자리를 잡으면, 사람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어 머무는 시간도 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존 플랫폼들과 다르게 이용자들이 플랫폼 내에서 창작물을 만들고 경제활동도 할 수 있어서 일단 자리를 잡고나면 쉽게 옮기지 못하는 선점효과도 기존 플랫폼들 보다 클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인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창작물과 모아놓은 플랫폼 내 재화가 아까운 부분도 있을테고, 플랫폼 입장에서는 선점해서 초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수록 그 사람들이 생산해내는 컨텐츠가 많아서 컨텐츠가 풍부해 집니다. 더 유용해지고, 초기 승자가 점점더 자리를 굳건히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게임 내 채팅 기능을 이용하듯이, 메타버스 내 체류시간이 길어지면 메타버스 내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의 통신수단으로 대화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메타버스, 메타버스하면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이유도 선점을 누가하느냐에 따라 판도가 바뀌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 선점을 하게 되면 뒤엎기도 쉽지 않을테고.

    메타버스에 인공지능과 자동통역 기능이 도입되면 메타버스 내에서는 국경이나 언어의 장벽이 허물어집니다. 그러면 한국의 네이버나 카카오처럼 각 국가의 로컬 업체가 자국 내에서 갖는 이점도 줄어들겠죠. (로컬 업체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중국 정도를 제외한 많은 나라에서는.) 오히려 메타버스 내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것을 더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메타버스가 영화 속에서 구현되려면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그냥 기다린다고 오는 시간이 아닙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달리고 있는 자들이 시간이 지나며 승자를 가리게 되겠죠. 그 와중에 이합집산도 있을테고요.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고평가 되어 있고, 과대평가 되어 있다고 말을 합니다. 주가가 오른 만큼 메타버스 기술에 진전이 없다는 것이죠.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인이 어얼리어댑터가 아니라며 이용자에게는 아직은 지켜봐도 되는 시간이지만,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 입장에서 더 열심히 달려야 하는 순간이고, 그들에 투자자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누가 순위에 들지 잘 확인해야 하는 순간입니다.

    선점에 성공한 기업은 지금 가격도 엄청 싼 걸테고, 선점하지 못한 기업은 망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주가가 비싼 수준이 될 수는 있습니다.

     

    Image by mohamed Hassan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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