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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크손 가는 대로/그냥 2022. 10. 20. 07:54728x90
관크
관크는 관객. 관람 등을 뜻하는 한자 觀과 비판적인, 비난하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critical을 합쳐 만든 신조어로 공연 관람 중 관람 행위에 방해를 주는 모든 행동과 사람을 의미합니다.
공연이 많아지고, 공연보러 가는 사람도 많아지면서 관크 주의보가 내리기도 했지만, 저는 관크라고 할 만한 일을 겪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공연 자체를 많이 보지 않아서 그렇기도 할 겁니다. 생각해보니 영화볼 때 수근거리거나 앞으로 나올 줄거리를 혼잣말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군요.
그동안 잘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전 공연을 보러 갔다가 이런게 관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곳은 옛날 소극장 만큼 비좁지는 않지만, 요즘 영화관 만큼 넓직하지도 않은 크기의 좌석이었죠.
들어가는데 먼저 앉아있는 사람 중에 다리를 완전 쩍벌로 있는 사람이 보이더군요. 다리가 나보다 길어보이지도 않으니, 다리를 앞으로 나란히 모아도 앞좌석에 닿을 길이도 아닌데. 저런 쩍벌은 그냥 습관인 거죠.
그 남자의 왼쪽 여자는 둘이 다리를 붙이고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을 보아서 신체적 접촉을 꺼리지 않는 여자친구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오른쪽에 앉은 여자는 그 남자의 다리를 피해 매우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었죠.
초반부터 눈을 끌었던 그 아저씨의 눈에 띄는 행동은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아무리 불이 꺼지고 장면이 바뀌는 중간이기는 했지만. 공식적인 쉬는 시간도 아닌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엇을 찾는지 두리번 거렸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주위 사람들이 신경을 거슬릴 정도로.
그리고 나서 공연이 이어지는데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묵직한 것을 떨어뜨려서 쿵 소리를 내더군요.
공연의 후반부로 가니 이번에는 가방에서 부시럭 거리며 뭔가를 꺼냅니다. 비닐 소리를 부시럭 부시럭 내더니 물인지 음료수인지를 꺼내서 한참 공연 중에 벌컥벌컥 마시더군요. 공연 전에 음식물 섭취는 물론 물과 음료수 섭취도 금지되어 있다고 몇번이나 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위의 모든 것을 공연이 이어지는 중간에 한 사람이 혼자서 다 했습니다. 행동 하나하나는 나름 이유가 있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길지 않은 공연 중에 그런 행동을 연달아 했다면, 저 사람은 기본적인 공연관람 예절을 지킬 생각이 없는게 아닌가 싶어지죠.
반면 제 앞에 있던 분들은 박수치기 전까지는 마네킹인가 싶을 정도로 꼼짝도 않고 보시더군요.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공연을 보러왔다면 최소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관람료를 냈다고 배우들의 공연을 방해하고, 다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 권리까지 부여받은 것은 아닙니다.
***
사실 남 이야기할 때가 아니긴 합니다. 저는 공연 전에 핸드폰을 끄려다가 잘못 눌러서 다시 시작을 눌러 버렸습니다.
어느새 배우들이 등장하고, 핸드폰이 무음 모드에 연락올 사람도 없기에 방심하고 그냥 안 끄고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긴급재난문자와 안전안내문자를 생각 못했습니다. 무음 모드에서도 진동인지 소리인지가 나서 당황하고, 배우들과 주위 분들에게 미안했습니다.
소리가 크지는 않아서 잘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방해가 되었겠죠. 앞으로 공연을 가면 미리미리 꺼야겠다는 것을 배웠습니다.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