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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손 가는 대로/그냥 2022. 12. 29. 17:43728x90
군대
예전에는 남자는 군대를 26개월 갔다왔습니다. 그것도 그 이전보다 대폭 줄어든 거죠.
방학이랑 잘 맞추고, 말년휴가까지 잘 사용하면 2년만에 학교에 돌아갈 수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입대 시기를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어서 애매했죠. 빠르면 2년반만에 복학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소위 코스모스 졸업이라고 하는 가을 졸업을 하게 됩니다. 회사들이 급성장을 할 때에는 특별히 불리하지 않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래도 취업 시 선택 폭이 넓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3년 후 복학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지금이야 3년만에 대리를 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고성장기에 대기업도 빠르면 3년, 아니어도 4년만에 대리를 달 수 있었습니다.
현역을 갔다오면 난 신입사원인데, 같은 학번인 군 면제나 여자 동기들은 대리였습니다.
직급 파괴가 없던 당시 3년은 꽤 큰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군 가산점 마저 위헌 판정을 받으며 입사 시 군 가산점과 입사 후 호봉인정 등 (혜택이 아닌) 보상마저 사라졌습니다.
사실 위헌 판정이 나는 것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는 아니었죠. 사법부 고위직 자제들은 어차피 군 면제로 뺄 수 있었다보니, 평범한 서민 자제를 위한 혜택이나 정당한 보상에는 관심이 없었을테니까요.
이회창 전 총리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아들 병역 비리 의혹으로 결정타를 맞은 후 선출직이 많은 정치권에서는 조금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임명직이 많은 사법부는 여전히 군 면제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회창 전 총리 아들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분에 의하면 병역비리가 아니라 딱 봐도 면제될 수 밖에 없는 체격이라고 하더군요.)
그 무렵 남자 20명 정도의 한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우연히 군대 이야기가 나왔는데, 20명 중 현역 2명, 방위 2명, 그리고 나머지는 다 면제였습니다. 그런데, 저를 포함한 현역 2명은 20명 중에 몸도 제일 부실하고, 운동도 제일 못하는 사람 둘이었죠. 현역이냐 면제냐는 입영대상자 본인이 아니라 부모의 직업과 더 연관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최소한 그 모임에서는.
그러니, 군 경력을 인정하는 것에 대해 위헌 판정 내리기 쉽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사법고시 출신들은 대부분 군대를 안 가고 사법고시 준비를 하다가 사법고시에 합격을 했습니다. 합격 여부만 중요하지, 합격만 하면 사법고시 준비에 들인 시간이 3년이든, 4년이든 큰 차이가 없었죠. 군대에서 보낸 2년 넘는 시간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들은 관심이 없었을 겁니다.
(일반화하려는 건 아닙니다. 아는 분 중에는 고시를 계속 떨어져서 현역으로 군대를 갔다 왔는데, 결국 사시에 붙은 케이스도 있긴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남녀 차별주의자로 비난을 받는데, 남녀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전에는 면제받은 남자들도 많았고, 국가를 위한 바친 시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또 혹자는 군대 이야기를 하면, 여자는 아이를 낳지 않냐고 반박하는데, 두 개를 같은 선상에 놓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군대를 안 가는 남자도 있고, 아이를 안 낳는 여자도 있습니다.
군 복무와 출산은 국가와 사회 유지를 위해 개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젠더 문제가 아니라 각각 다른 문제로 접근을 해야 합니다.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