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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손 가는 대로/그냥 2023. 1. 4. 17:50728x90
논쟁
같은 집에 사는 룸메이트 A와 B가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여러가지 사항이 담긴 룸메이트 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 중에는 청소에 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매주 어느 요일 몇 시에 집에 있으면서 청소를 같이한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계약서 작성 중 실수로 '서'자가 빠지고 말았습니다.
실체적 진실 vs 문자적 진실
시간이 흐릅니다. 10주 동안 두 사람이 같이 청소한 것은 1번이고, 나머지는 A가 외출 중이어서 B 혼자 청소를 해야했죠.
B는 A의 태도를 비난하며 사람들에게 청소는 자기 혼자 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A는 B가 허위사실 유포로 자신을 모욕했다며 B를 고소합니다.
실체적으로는 A가 거의 다 했으니, A의 말은 약간의 과장이 있지만, 허위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100%가 아니다 보니 법리적으로는 허위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구두합의는 어땠는지 몰라도 계약서 상에는 '있으면' 청소를 해야 합니다. 상식이 아닌 문구만으로는 있었던 B는 청소를 해야하고, 없었던 A는 안 해도 됩니다.
지지자
이때 주변 사람들이 편을 들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은 더욱 심해집니다.
둘 중 어느 한 사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실이나 화해에 관심이 없습니다. 논리적 접근 역시 관심 밖이죠.
양측은 서로 상대방 말에 귀를 듣고 자기주장만 합니다. A의 지지자들은 B가 고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A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말만 반복하고, B의 지지자들은 A는 해야할 일을 안 했다고만 반복해서 말하죠.
정치
앞서 든 예가 좀 이상한 예이기는 하지만, 정치꾼들과 그 지지자들을 보고 있으면 비슷한 모습입니다.
논쟁의 핵심은 관심없고 말꼬리 잡을 것만 신경쓰거나 다른 의견에는 귀를 닫죠. 열성지자자들은 그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킵니다.
중요한 일이 논쟁거리가 안 된다고 관심 밖에 밀어놓고, 사소한 일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부지기수죠.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말꼬리를 잡아서 상대방이 할 말을 차단하는 기술이 아닙니다.
정말 말을 잘 하는 것은 하려는 말의 핵심을 찾아내고 논리적이고, 정서적으로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능력입니다.
나도 이런 말 할 자격이 없기는 하지만.728x90'손 가는 대로 > 그냥'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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